힐링보다 따뜻한 悲哀

    입력 : 2013.01.05 03:04 | 수정 : 2013.01.0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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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시집|문학동네|144쪽|8000원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라는 제목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연시(戀詩)라 믿고 들춰 본 시집에는 비애(悲哀)가 가득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게 된 시인.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라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문장을 자신의 일기장에 이어 적는다. 시집 안에는 사랑하는 이를 저 세상으로 먼저 떠나보내고 살아남은 자의 비애가 가득한데, 섣부른 힐링이나 위로의 언어 따위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데, 소리내어 읽을 때마다 기묘하게도 조금씩 체온이 오르는 경험을 했다.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박준(30) 시인의 첫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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