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이 있다면, 그곳은 도서관 (호르헤 보르헤스·아르헨티나 소설가)

    입력 : 2013.01.19 03:03

    고대~현대까지 책·도서관 역사 훑어… 고대이집트 도서관은 책 40만권 보유
    인쇄술 전엔 필사… 성경 한권 15개월, 책 말미에 "이제야 내 손 쉬겠네" 토로

    도서관의 탄생

    스튜어트 A. P. 머레이 지음|윤영애 옮김
    예경|400쪽|2만5000원


    "이 책을 훔치거나 빌렸다가 돌려주지 않는 자의 손에서 책은 뱀으로 변해 그를 갈기갈기 찢어 놓으리라."

    중세 스페인 도서관엔 '책 도둑'을 겨냥해 저주 글이 붙었다. 사서들은 걸핏하면 없어지는 책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도난 방지를 위해 책을 책상에 사슬로 묶어놓았을 정도다. 필경사들은 책의 마지막 장에 "이 책을 훔치면 팬에서 튀겨지"고 "수레바퀴에 끼어 사지가 절단"되며 "교수형에 처해질 것"이라는 저주 문장을 남겼다. 책 도둑은 도둑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과하다'고 반응할 것이다. 그러나 당시 책이란 웬만해선 '개인 소유'를 상상할 수도 없는 물건이었고, 값어치가 높아 도둑들의 주된 표적이었다.

    도서관의 역사

    인류의 영속적 숭배 대상인 '책'과 그 책의 고유 공간인 '도서관'의 역사를 고대부터 현재까지 훑은 책이다. 가장 오래된 도서관은 아시리아 제국의 통치자 아슈르바니팔이 기원전 7세기 수도 니네베에 설립한 왕립 도서관. 3만여개의 점토 서판에 통치 기록과 시·과학·신화와 의학·예언 등을 항목별로 분류해 목록으로 만들었다.

    파리에 있는 프랑스 국립도서관(BNF) 내부 모습. 세계 최대 규모이자 가장 현대적인 도서관 중 하나다. /예경 제공
    고대에 가장 웅장했던 도서관은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었다. 융성기엔 40만권이 넘는 책을 보유했다. 초기의 책 형태인 파피루스와 양피지에 얽힌 비화도 여기서 나왔다. 이집트의 자부심이었던 이 도서관의 명성이 경쟁국 페르가몬의 신생 도서관 때문에 위협받게 되자, 이집트는 파피루스 수출을 거부했다. 그래서 페르가몬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이 송아지·양·염소 가죽으로 만든 양피지다. 양피지는 부드러운 표면이 파피루스보다 잉크를 더 잘 흡수해 유럽에서 5세기까지 널리 쓰였다.

    구텐베르크 인쇄술이 발명되기 전까지 도서관이 번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주인공은 필경사(전문 서기). 성경 한 권을 필사하는 데 15개월이 걸렸다. 세심함과 지구력을 요하는 필사가 끝난 뒤 필경사들은 책의 마지막 여백에 고통을 토로하는 구절을 남겼다. "드디어 끝났구나! 녹초가 된 내 손도 이젠 쉴 수 있겠네."

    서민의 지적 역량을 업그레이드

    중세 이후 책 읽기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서점과 대학이 등장한다. 역사·과학·의학·신학·문학 등의 책이 폭넓은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오늘날 세계 각국에 우뚝 선 최고의 도서관들은 대부분 부유한 애서가들의 개인 서고에서 비롯됐다. 14~15세기 엄청난 부를 축적한 귀족과 권세 있는 상인 계급 중엔 장서를 모으기 위해 재산을 투자한 이들이 있었다. 피렌체의 부자 코시모 데 메디치(1389~1464)는 산마르코 인근 수도원에 도서관을 건립하고 모든 학자에게 장서를 공개했다. 이탈리아 최초의 공공도서관이었다.

    공공도서관 발전을 위해 자신의 재산을 기꺼이 내놓은 이들도 있다. 19~20세기 초반은 미국 도서관의 최대 성장기. 실업가이자 자선가인 앤드루 카네기(1835~1919)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어린 시절, 제임스 앤더슨 대령의 개인 서고가 열리기만 기다리다가 문 닫을 때까지 책을 읽었던 카네기는 이후 세계 제일의 부자가 돼 도서관 건립에 재산의 90%를 기부한다. 미국 곳곳에 1670여개의 공공도서관이 세워졌고, 전 세계 2509개 도서관 건설에 5620만달러가 지원됐다. 카네기의 공공 도서관은 수많은 서민층의 삶을 지적으로 한 단계 끌어올렸다.

    인류가 창조한 가장 위대한 건축물

    도서관은 동시대에 관한 가치 판단을 주도했다. 1884년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출간되자마자 매사추세츠주 콩코드 도서관위원회는 "더러운 쓰레기"라며 장서 목록에서 삭제했다. 1905년 브루클린 공공도서관의 어린이 부서 역시 '허클베리 핀'과 '톰소여의 모험'을 금서로 지정했다. "등장인물이 상스럽고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브루클린 대학의 도서관장으로부터 "당신 책을 우리 도서관에 넣지 말라"는 편지를 받고 발끈한 트웨인이 답장을 썼다. "나는 어른들을 위해 그 책을 썼고 소년소녀들이 그것을 읽게 두었다는 사실을 알고 정말 괴로웠습니다. 청소년기에 더럽혀진 마음은 절대로 정화될 수 없습니다. 내가 그 표본입니다. 15세가 되기도 전에 성경 무삭제판을 끝까지 읽도록 강요한 내 어린 시절 후견인에 대해 아픔을 갖고 있습니다. 허클베리 핀의 성격을 변호하는 말을 하고 싶지만, 그래 봤자 하느님과 나머지 신성한 형제들의 성격보다 나을 것도 없겠군요." 자기 책에 그런 기준을 들이댄다면, 마찬가지로 성경도 금서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도서관은 인류가 창안한 가장 위대한 건축물이자 정신의 보고"라고 썼다. 서양뿐 아니라 동서고금의 도서관사를 두루 엮었다는 게 그간 발간된 도서관사 책들과의 차별화 포인트. 한국 도서관도 10여 차례 언급되지만 깊이는 없다. 고대부터 중세 도서관의 내·외부, 현재 세계 각국 도서관을 보여주는 100여점의 일러스트와 80장의 컬러 도판이 책의 가치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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