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에서 가장 인기 끌 음식은 커리?

    입력 : 2013.04.27 03:12 | 수정 : 2013.04.29 15:16

    고령화 사회에서 가장 인기 끌 음식은 커리? - 사진
    커리의 지구사|콜린 테일러 센 지음|강경이 옮김|휴머니스트|256쪽|1만5000원

    영국 BBC 방송의 요리 경연 프로그램인 '여왕의 만찬'에 '영국 동남부 대표'로 출전한 사람은 베나레스 식당의 아툴 코카르였다. 그는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을 받은 첫 인도 요리사였다. 인도 음식, 다시 말해 커리(curry·이 책에서 '카레'는 일본식 표기로 한정하고 있다)가 이미 영국 음식의 일부가 됐다는 의미다.

    영국만이 아니다. 남아공에는 잘게 다진 쇠고기나 양고기에 커리 가루 양념과 커스터드 소스를 넣어 오븐에 굽는 '보브티'와, 서양식 빵의 속을 파내고 그 안에 고기 커리를 넣은 '버니 차우'가 있다. 독일에선 구운 포크소시지에 커리 가루를 뿌린 '커리부르스트(일명 카레소시지)'가 유명하다. 트리니다드토바고의 길거리 음식인 '로티'에도 커리가 들어가며, 피지에선 참치 통조림으로 커리를 만든다.

    이 책(원제 Curry: A Global History)은 커리가 어떤 경로로 전 세계에 전파됐는지를 짚는다. 그것은 한마디로 '역(逆)식민화' 현상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로 퍼져 나간 피자·치즈·초콜릿과 달리, 인도에서 유래한 커리는 인도를 식민 지배했던 영국으로 옮겨간 뒤 그곳에서 세계화의 길을 걸었다. '커리'란 말도 영국인이 붙인 이름이다.

    그뿐 아니다. 19세기에 노예제도가 사라지자 세계적 저임 노동력의 빈자리를 채운 것이 다름 아닌 인도인이었다. 남아프리카부터 인도양의 모리셔스, 남태평양의 피지와 카리브 해의 자메이카까지 인도인 계약 노동자들이 대거 농장으로 이주했다. 그들은 현지의 토착 식재료를 써서 지역마다 독특한 형태의 커리를 만들었고, 이것이 지역마다 다채롭게 뿌리를 내렸다.

    이토록 훌륭한 조건을 갖춘 커리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이유에 대해서 정작 저자는 말을 아끼지만, 짐작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강황과 커리 잎, 커민, 코리앤더, 호로파, 고추, 후추 같은 다양한 향신료로 구성된 이 음식에 필적할 만큼 독특한 향과 맛을 갖춘 소스는 세계적으로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21세기에 후각과 미각이 쇠퇴하는 노령 인구가 많아질수록 '맵고 대담하며 자극적인' 맛의 커리는 더 인기를 끌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책은 세계의 커리를 소개하는 맨 마지막 부분에 '한국 카레'에 대해 딱 한 번 언급한다. '한국 사람들은 시판용 커리 가루를 사용해 일본식 커리를 만들어 먹는다'는 것이다. 번역본은 감수자인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쓴 '한국 카레'의 역사에 대한 글을 20여 쪽에 걸쳐 실었다. 카레라이스를 비빔밥처럼 비벼 먹고 김치도 곁들인다는 점에서 일본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어차피 국경을 넘을 때마다 달라지는 세계적 퓨전 음식이 된 바에야 '원조'와 '아류'를 따지는 것이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책 전체가 각국 커리에 대한 나열식 서술에 가까운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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