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터무니없는 수다 "性慾 모아 에너지 만들어볼까?"

    입력 : 2013.05.04 03:01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표지 이미지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오하시 아유미 그림
    권남희 옮김|비채|225쪽|1만3000원


    소품이다. 하지만 하루키의 썰렁하고 퇴폐적인 농담을 즐기는 독자들에게는 한줄기 단비일 것이다. 패션잡지 '앙앙'에 매주 연재했던 에세이 103회부터 마지막회인 152회(2012년 3월 28일자)까지를 묶었다. 이전 연재분은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출간된 바 있다.

    낯가림 심하기로 소문난 작가는 글에서만큼은 제멋대로다. 터무니없는 상상력도 흘러 넘친다. 헬스장에서 바이크 머신 페달을 밟으며, 이 에너지를 그냥 흘려보낼 게 아니라 차곡차곡 모아보자는 제안까지는 그래도 생산적. 다음 단계에서는 고등학생의 남아도는 성욕(性慾)을 모아보자며 은하수 저편으로 떠나버린다. '헌혈' '헌에너지'에서 그칠 게 아니라, '헌욕'도 한번 해보자는 것. '헌혈 수첩'뿐만 아니라 '헌욕 수첩'도 만들어서 '헌욕 센터'를 찾아간다. 이렇게 남아도는 성욕을 에너지로 전환하면, 하절기 전력난도 무난히 극복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

    고양이와 음악과 채소를 좋아하는 하루키는, 이번 에세이에서 옆집 샴 고양이와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와 세숫대야 크기의 그릇에 담아 먹는 샐러드를 의기양양하게 이야기한다. 물론 채소 뒷줄에 수줍게 서 있는 헨리 밀러와 알베르 카뮈, 스콧 피츠제럴드를 발견하는 기쁨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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