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찍는다, 이미지를 향한 욕망을

    입력 : 2013.05.04 03:01

    카메라·책·망치 등 흔한 事物 서른가지
    철학·사상가의 사유와 연결시킨 에세이
    물건 속 인간의 욕망, 문학적으로 그려

    철학자의 사물들 - 이미지
    철학자의 사물들|장석주 지음|동녘|328쪽|1만5000원

    카메라를 보고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왜 사진을 찍는가." 저자 장석주는 "어떤 덧없는 순간들을 기록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왜냐하면 우리의 기억은 곧 그것을 잊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종종 눈앞에 있는 실물보다 그 대상을 찍은 사진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 그는 소설가·평론가 수전 손택이 사용한 '심미적 소비주의'라는 용어로 이를 설명한다. 현대인은 '사진을 통해서 현실을 확인하고 사진을 통해서 경험을 고양하려는 욕망'(손택·'사진에 관하여')을 갖고 있다. 카메라의 대중화는 이미지 소비를 촉진해 우리를 '심미적 소비' 중독에 빠뜨린다는 것이다.

    시인·문학평론가 장석주는 해마다 1000권 넘는 책을 사들여 독파하는 다독(多讀)으로 유명하다. 일상적 물건의 의미를 담은 이 책은 그 독서의 산물이다. 저자는 많은 철학자·사상가가 물건을 재료 삼아 사유를 펼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 재료 중에 우리가 평소 자주 접하는 물건 30개를 골라, 신용카드-마우리치오 라자라토, 휴대전화-미셸 세르, 자동판매기-르네 데카르트, 선글라스- 프리드리히 니체 등으로 짝을 지었다. 저자는 사물의 물성에 대한 철학자들의 사유를 통해 물건들에 투영된 인간의 욕망을 드러낸다. 우리가 사물의 아름다움에 매혹되는 것은 생명의 유한함 때문이다. 그 무엇도 영원히 소유할 수 없다는 자각이 이런 매혹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여기에다 사물의 탄생 계기와 사용법, 인문학적 고찰까지 더해 물건에 대한 풍성한 사유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책' 항목에서 저자는 책의 구조적 특징부터 종이의 재료, 독서의 의미까지 종횡무진 한다. '책은 표지, 속표지, 차례, 본문으로 이루어진 구조를 가진 형태이고, 그 자체로 시간과 공간을 품은 작은 우주'다. 그 우주가 기록되는 종이의 재료는 채륜의 발명 당시 '뽕나무 껍질, 삼, 넝마, 어망' 등이었다. 이후 제지업자들은 종이를 만드는 데 적합한 섬유질을 얻기 위해 나무 외에도 '솔방울, 개구리 침, 상아 부스러기, 먼지, 양배추 밑동' 등 별별 것들을 섞어 넣었다. 책은 후대에 자기 경험을 들려주는 농경시대 노인에도 비유된다. 수백년 살아도 배울 수 없는 지식이 독서를 통해 한 사람의 삶 속에 들어간다. 그래서 "책은 생명보험이며, 불사(不死)를 위한 약간의 연금"(움베르토 에코·'책으로 천년을 사는 방법')이다.

    기자가 읽어보니 - 그래프
    '망치'에 대한 사유는 '이 단순한 것에 대해 더 말할 게 있을까'로 시작하지만 사유의 최종 목적지는 현대문명과 노동의 불화다. 700만년의 인류 노동사와 함께 한 망치가 정보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쓸모를 잃어가고, 기계화된 공정은 망치를 쥔 노동자를 직장에서 내몬다. 기술문명의 발전이 실업자를 양산하는 이 딜레마를 어떻게 봐야 할까. 저자는 '노동의 새로운 용도를 발견하는 속도보다 노동력 사용을 줄이기 위한 수단의 발달이 빠르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제러미 리프킨 저작 '노동의 종말'을 인용하면서 현재로선 그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왜 알면서도 모른 척할까. 궁금하면 '담배-프로이트'를 읽어보자.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금지가 욕망을 자극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정작 자신은 금연이 자극한 욕망에 굴복해 평생 담배를 입에 물고 살았다. "우리의 삶은 승리도 패배도 없이, 극복하거나 모른 척하기를 반복하며 나아가는 운동"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니 유혹에 굴복당하더라도 너무 자책하지 말 것. 이 위로,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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