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화제의 신간

추사도 읽은 詩 교과서, 詩品

입력 : 2013.05.10 23:40


	궁극의 시학 표지 사진
궁극의 시학

안대회 지음|문학동네|716쪽|3만8000원

'흐르는 물이 오늘의 모습이라면, 밝은 달은 전생의 모습이라네(流水今日, 明月前身)'

추사 김정희가 친분이 두텁던 백파 스님이 입적하자 글을 받으러 온 백파 제자들에게 써준 시의 마지막 구절이다. 이 구절은 사실 명나라 이후 중국 문인들의 시(詩) 창작 교과서 역을 했던 '이십사시품(詩品)'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렇듯 전통시대 문인들은 고전과 선인의 글을 창작의 도구로 활용했다.

'시품'을 해설한 이 책은 영웅의 품격을 표현한 '웅혼'(雄渾)부터 '유동'(流動)까지 스물네 개의 키워드로 시 짓는 법을 소개한다. '시품'은 당나라 말 시인 사공도가 지었다는 설이 유력했으나, 최근 남송 말엽부터 원나라 때 작품이란 정도만 알려졌을 뿐 저자는 불확실하다. 명나라 때부터 문인들 사이에 널리 읽혔고, 16세기 조선에도 소개됐다. 선비들은 흥이 나면 '시품'의 구절을 운자(韻字)로 삼아 시를 짓고, 서로의 마음을 표현했다.

겸재 정선과 당대의 명필 이광사가 각각 '시품'을 그림으로 묘사하고, 원문을 글씨로 쓴 화첩을 만들고, 정약용과 김정희, 화가 조희룡, 시인 이만용·강위 등 수많은 예술가가 '시품'을 작품에 활용했다. 시뿐만 아니라, 세상과 인간에 대한 통찰이 담긴 동아시아 전통 미학의 정수로 평가받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