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시각 걷어내니, 외교 달인이 보이더라

    입력 : 2013.05.18 03:00 | 수정 : 2013.05.21 09:51

    건국대통령 이승만 표지 사진
    건국대통령 이승만

    유영익 지음|일조각|432쪽|3만원


    국부(國父)와 독재자. 이승만을 보는 시각은 극단적으로 갈린다. 한국 사회의 편 가르기가 한몫한 결과다. 원로 역사학자 유영익(77) 한동대 석좌교수는 양쪽 모두 이승만을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으로 이해한다고 비판한다. 그 자신도 오랫동안 이승만을 독재자이자 고집불통 노인네로 여겨왔다고 했다. 하지만 1994년부터 이승만 관련 문서를 직접 정리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고 고백한다.

    이승만 평가를 둘러싼 논문 6편을 모은 이 책에서 가장 눈길 가는 대목은 서구 열강이 한국의 독립을 가장 먼저 약속한 '카이로선언'이 이승만의 외교 활동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밝힌 점이다. 1943년 12월 루스벨트 대통령과 처칠 총리, 장제스 총통이 발표한 카이로선언은 '적당한 시기에 한국이 자유롭게 되고 독립하게 될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당초 이 문구는 장제스 총통이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루스벨트 대통령이 먼저 내놓은 것으로 최근 연구 결과는 밝히고 있다. 카이로선언 초안을 작성한 사람도 루스벨트의 특별보좌관 해리 홉킨스였다. 이승만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미외교위원부 위원장으로서 한미협회·기독교인친한회 등을 조직해 백악관을 상대로 외교 노력을 펼친 결과, 루스벨트가 한국 독립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해방 이전 이승만의 외교 활동은 서구 열강들이 임정을 승인하게 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에서 이승만 연구자들로부터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유 교수는 이승만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통령, 주미외교위원부 위원장으로 끈질기게 펼친 외교·선전 활동은 상당히 중요하고 실속 있는 성과를 거둔 운동으로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고 말한다.

    건국 대통령으로서 이승만에 대한 평가도 독재자라는 결점은 있으나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미국식 대통령제 확립, 농지개혁 단행, 63만 명 수준의 상비군 육성, 의무교육제 도입, 양반 제도 근절과 남녀평등 실현을 통해 대한민국을 발전시키는 데 주춧돌을 놓았다고 본다. 그의 업적을 객관적으로 따질 때, 최소한 '공(功) 7, 과(過) 3' 이상은 된다는 게 유 교수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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