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Talk] 위대한 개츠비, 위대한 1+1 세일

    입력 : 2013.05.17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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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수웅 기자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경쟁이 과열을 넘어 진흙탕 수준이다. 특히 전통 있는 대형출판사와 문학출판사가 할인과 경품을 남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

    상시 할인의 포문은 민음사. 2012년 가을부터 '위대한 개츠비'(김욱동 옮김·정가 8000원)를 40% 할인한 4800원에 팔기 시작했다. 문학동네는 지난 4월 1일부터 '위대한 개츠비'(김영하 옮김·정가 9500원) 40% 할인에 들어갔다. 그 일주일 뒤 민음사는 아예 반값 세일을 시작했다. 책값은 4000원으로 추락했다. 이후는 이전투구다. 문학동네는 교보와 예스24 등 인터넷 서점을 퐁당퐁당 건너뛰며 '오늘만 반값' 행사를 벌였고, 5월 2일부터는 상시 반액 할인을 시작했다. 4750원. 민음사는 5월 초부터 아예 51% 할인을 선언했다. 3920원. 영화 개봉 당일인 16일부터는 52% 할인한 3860원(인터파크)에 팔고 있다. 이 당황스러운 숫자들을 보고 있자니, 툭하면 50%, 60% 세일을 밥 먹듯 하는 마트 아이스크림 가격이 떠올랐다. 전기 코드를 꽂고 뺄 때마다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한다는 그 불행한 냉장고 얼음과자들 말이다.

    이런 '폭주 할인'은 '반쪽 도서정가제' 때문이다. 현행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은 발간 18개월 이내 신간은 10% 이내 할인, 그 이상 지난 책들은 할인 제한이 없다. 교묘한 변칙도 있다. 열림원의 '위대한 개츠비'(김석희 번역)는 '문학―교양'이 아닌 '실용서'로 등록하면 할인 제한을 받지 않는 점을 이용, 새로 번역한 책을 51% 할인한 5390원에 팔고 있었다. 지난해 더 클래식이라는 신흥 출판사가 세계문학전집을 낼 때 이용했던 바로 그 수법이다.

    참고로 두 출판사의 숨 가쁜 경품 세례도 기록 차원에서 적어보자. 민음사가 양적으로 훨씬 우세하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되어 있는 피츠제럴드의 소설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 영한 대역 특별판을 경품으로 넣어주더니, 구매자 전원 영화 예매권 증정, 공책, 작가 일러스트가 그려진 마우스패드, 개츠비 영어 원서 전자책, 영화 2000원 할인권을 쏟아 부었다. 1+1을 넘어 어느 경우는 1+2, 1+3 경품 세례다. 문학동네 역시 오십보백보. 영문판을 끼워 1+1로 팔더니, 개츠비 미니북, 영화 예매권 선착순, 영화 2000원 할인권을 끼워줬다.

    출판사들은 흔히 책이 일반 상품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마음의 양식을 파는 일은 여느 장사꾼과는 다르다고 핏대를 올리는 분들도 모두 출판사에 계신다. 하지만 이런 폭주 마케팅으로, 찬찬히 번역의 질을 따져 책을 고르는 즐거움은 빼앗기게 된 것 아닐까. 할인하고 경품 많이 주니 소비자(독자가 아니다)가 이득 아니냐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다. 대형 마트에서 일하는 한 후배는 1+1 경품으로 독점을 굳힌 사업자는 나중에 꼭 가격을 올리더라는 교훈을 알려줬다. 출판계는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다. 꼭 그 책이 아니라 다른 책값을 올리는 꼼수도 쓰지 않을 것이다. 여느 장사꾼들과는 분명 다른 분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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