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얼룩말'을 읽습니다… 끌려간 꽃제비 9명이 생각납니다

    입력 : 2013.06.07 23:07

    김태훈 Books 팀장 사진
    김태훈 Books 팀장

    라오스에서 강제 북송된 탈북 청소년 9명이 중국 땅을 꽃제비로 떠돌던 시절의 사진을 보셨는지요. 한 소년은 이가 부러져 있고, 소녀는 손등 피부가 터져 있었습니다. 씻지 않은 얼굴은 더러웠고, 먹지 못한 얼굴은 야위었습니다. 탈북지원단체의 도움이 닿은 뒤에야 아이들은 제 얼굴과 웃음을 찾았습니다.

    우리가 북송된 청소년들을 걱정하는 것은 그 아이들이 우리와 피를 나눈 동포여서만은 아닐 겁니다. 물론 민족적 발로에서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자식 가진 부모로서 당연히 느끼게 되는 걱정과 안타까움입니다. 유엔이 북한에 소년들의 안전보장을 촉구한 것도 국제사회가 부모의 마음으로 이 아이들을 걱정하고 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중국을 떠도는 꽃제비의 죽음을 다룬 소설가 정도상의 단편 '얼룩말'은 이런 부모의 마음으로 쓴 작품입니다. 남한에 돈 벌러 간 엄마가 죽은 줄 모르는 영수는 엄마를 만나기 위해 탈북합니다. 동행한 탈북자 어른들은 한겨울 눈보라 치는 고비사막을 탈출길로 정합니다. 어리고 약한 영수는 눈보라 속에서 낙오돼 얼어 죽어가면서 엄마의 환영과 만납니다.

    정도상씨는 이 소설을 아들 때문에 썼습니다. 꽃제비의 존재를 알게 된 아들이 "북한을 탈출하다 죽은 아이들이 꼭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의 마라 강을 건너다 죽은 얼룩말 같다"며 소설로 써달라고 했답니다. 그 후 정씨는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었습니다. 아들의 생전 부탁을 꼭 들어주고 싶어 소설을 썼고, 제목도 아들이 한 말을 떠올리며 '얼룩말'로 했답니다. 그는 "내 고통스러운 경험을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든가 동질성을 확인하는 것으로 승화시키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탈북 소년들을 낳은 부모가 아니어도, 사람이라면 그 아이들이 겪는 고통을 헤아림으로써 인간애를 각성하고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말 아닐까요. 그의 말을 들으며 '부모는 어른이기 때문에 자식을 키우는 게 아니라 자식을 낳아 기르며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북한이 압송해 간 아이들의 안위를 위협하거나 체제선전에 내모는 못난 어른 짓은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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