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법칙'이란 신화를 깼다… Chaos

  • 김상욱·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

    입력 : 2013.06.08 03:02

    ['카오스' 20주년 기념판 완역 출간… '카오스'가 남긴 것은]

    - 제임스 글릭의 '카오스'는…
    과학계 '이단자' 취급받던 이론, 철학으로 인정받기까지 과정 그려

    - 카오스, 과학을 겸손하게 하다
    '나비효과'로 설명되는 예측불가능… '법칙성'에 함몰됐던 시각 변화시켜

    영화 '쥬라기 공원'에는 "카오스는 복잡한 계(系)에서 예측 불가능성을 다룰 뿐이야. 나비 한 마리가 베이징에서 날갯짓하면 화창했던 뉴욕 센트럴파크에 비가 내릴 수 있다는 얘기지"라는 대사가 나온다. 카오스(Chaos)와 대중을 이어주는 끈은 어쩌면 이 '나비효과'뿐이다. 문학과 주식시장에서도 이 용어를 쓰지만, 카오스란 개념은 가까우면서 멀리 있다. 이 새로운 과학의 출현을 알린 제임스 글릭의 '카오스' 20주년 기념판이 완역돼 나왔다. 그의 인터뷰와 '카오스란 무엇인가'에 대한 전문가 해설을 붙인다.

    카오스 책 표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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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오스

    제임스 글릭 지음|박래선 옮김
    동아시아|496쪽|2만2000원


    "우주의 작동 원리를 알아낸 뉴턴도 길을 나설 때 우산을 가져가야 할지 확신할 수 없었다."

    노벨상 수상자 일리야 프리고진은 강연 중 이런 말을 했다. 물론 뉴턴은 런던에 살았으니 우산을 챙기는 편이 좋았을 것이다. 자연에는 분명 법칙이 있다. 물리학자들이 먹고사는 이유다. 하지만, 법칙이 있으면 항상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는 걸까.

    과학자들이 이 질문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60년대, 그러니까 뉴턴의 '프린키피아'가 발간되고 300년이나 지나서였다. 그동안 우주의 예측 가능성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류현진이 던진 야구공의 위치는 시간에 대한 2차함수로 주어진다. 2차함수에 트라우마를 가진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이것은 완벽하게 결정된 미래를 기술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날씨를 예측 못하는 것은 고려해야 할 세부 사항이 너무 많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카오스 이론의 메시지는 이렇다. 줄에 매달린 진자와 같이 무지하게 간단한 계(系·system)에서조차 예측이 불가능한 운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카오스가 일어나는 경우, 계가 초기 조건에 극도로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주변에 예민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이게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할 것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베이징에서 나비가 날개를 퍼덕이는 것 때문에 서울에 홍수가 날 수도 있다. '나비효과'라 불리는 물리학 용어다. 그렇다고 홍수를 막기 위해 베이징의 나비를 모두 잡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카오스라는 새로운 사상은 처음에 격렬한 반대에 부딪힌다. 제대로 된 물리학자라면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할 극미(極微)의 세계를 탐구하거나 고도의 수학으로 중무장한 궁극의 이론을 찾아야 하는 법이다. 줄에 달린 진자나 수도꼭지로부터 떨어지는 물방울 따위에서 새로운 물리학이 나온다니, 이건 황당함을 넘어 모욕적이다.

    카오스 나비 사진
    제임스 글릭의 '카오스'는 카오스 이론을 찾아 나선 이단자들의 이야기를 감동적인 필체로 그려낸다. 미국에서 1987년 발간된 이래 100만부 이상 팔린 대중 과학 서적의 전설이다. 이후 카오스는 환원주의에 대치되는 새로운 철학이자,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과학의 오만함에 대한 통렬한 반론이 되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은 카오스 이론의 홍보영화라고 할 만하다.

    카오스가 미래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데 그쳤다면 '불가지론'에 불과했을 것이다. 카오스 이론은 이런 복잡성의 근원과 그 무질서 속에 숨은 질서를 알아내는 학문이다. 흥분과 열광에 가까운 관심으로 단숨에 정점에 오른 과학이론이었지만, 그만큼 한순간에 관심을 잃은 이론이기도 하다. 우리 주위에서 '카오스 세탁기' 말고, 카오스 이론으로 새롭게 나타난 제품이 없는 것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카오스가 이야기하는 '숨은 질서'란 것이 실용적인 기능을 갖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이론은 학부 역학 교과서를 다시 쓰게 만들었고, 자연을 보는 인간의 관점을 근본부터 바꾸어 놓았다. 지금은 복잡계 과학이라는 첨단 물리학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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