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으로 넘나든다… 우리 땅, 우리 맛

    입력 : 2013.06.08 03:02

    사람 향기 그리운 날엔 표지 사진
    구매하기
    사람 향기 그리운 날엔

    오태진 지음|나남|445쪽|1만8000원


    활자에 오감(五感)이 배어 있다. 늦은 봄, 구례 화엄사의 흑매(黑梅)가 "잿빛 허공에 새빨간 물감을 양동이로 퍼부은 듯" 꽃불을 밝히고, 겨울 동해의 쪽빛 바다는 "우~" 하고 외치면서 달려왔다 부서진다. 전북 임실, 소박한 국숫상에 오른 배추김치, 파김치에선 진한 젓갈 향과 짭짤한 손맛이 느껴진다.

    기자생활에 쫓겨 토요일이면 밀린 잠 자기 바빴다는 저자는 아내의 투병과 수술을 계기로 달라졌다. 꽃을 좋아하는 아내를 태우고 하동 쌍계사에 가 십리 벚꽃 터널을 걸은 게 시작. 그 뒤로 부부가 함께하는 나들이가 주말 일상이 됐다. 가오리찜과 돼지 족탕이 막걸리를 부르는 남도(南道) 주막, 순백 나신(裸身)으로 비탈에 서 있는 강원도 인제 자작나무 숲, '땅끝 절' 해남 미황사에서 만난 모녀…. 우리 땅에 갈 곳이 이리도 많다는 게 새삼 놀랍다.

    저자의 발길 따라 걷고 먹고 감동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행간에서 사람 향기, 글 향기가 난다. 정갈한 문체의 힘. 여행길의 빛나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과 잔잔한 일러스트도 글맛을 더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