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 결혼이 글쓰기 방해할까봐 두 번 破婚하다

  • 이주동 서강대 명예교수·전 한국카프카학회 회장

    입력 : 2013.06.08 03:01

    [불멸의 저자들] 프란츠 카프카
    어린 시절 받았던 엄격한 교육 때문에 평생 불안과 죄의식에 사로잡혔던 인물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도 부조리에 저항하다 무너지는 모습 보여

    "목표는 있지만 길은 없다."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인 프란츠 카프카(1883~1924)는 그의 '잠언'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현대인을 목표는 있지만 그 길을 찾지 못해 헤매는 존재로 파악했다. 그의 삶 역시 이 문장과 같았다. 카프카는 평생 문학의 높은 경지에 오르려 했지만, 삶 속에서 그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은 결실을 맺지 못한 사랑과 질병으로 휘청거렸다.

    그는 '인간의 고유성'을 문학으로 담아내려 애썼다. 그는 "인간은 원래 각자 고유성을 지니고 태어나 살아가면서 그것을 발휘하도록 되어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가정과 사회제도가 한 인간을 어린 시절부터 일정한 틀과 기준에 맞추어 교육함으로써 그 고유성을 키우기보다는 없애버리는 '성인들의 새장' 속에 가둔다"고 생각했다.

    프란츠 카프카 사진

    체코 프라하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카프카는 나약하고 예민한 사람이었다. 카프카에게 폭군의 분위기를 풍기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가정교육, 김나지움(대학 진학을 위한 인문계 고등학교)의 엄격한 규율과 교육 과정은 그를 늘 불안과 죄의식에 사로잡히게 했다. 어린 시절의 이 힘든 경험은 그에게 두 가지 결과로 나타났다. 하나는 훗날 그로 하여금 조카들뿐 아니라 유대인 고아들의 교육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게 한다. 또 하나는 청소년 시절 그가 정성을 쏟았던 독서와 글쓰기, 친구들과의 교제다.

    카프카는 심리적 압박감에서 벗어나 자기의 고유성을 찾으려 했다. 9세 때부터 가족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드라마를 썼고, 김나지움 초기에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즈음 수천 쪽의 습작을 하고, 친구들과 더불어 철학, 예술 그리고 다양한 학문을 접하게 된다. 그러나 친구들과 어울릴 때도 그는 마치 '얇은 유리벽'에 둘러싸여 있는 듯 거리감을 느꼈다. 늘 미소를 잃지 않았지만, 외부 세계에 대해 '심리적 거리감'을 두고 관망하는 '차가운 상상력을 가진 아이'였다. 후에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특유의 창의적 이미지, 형상적 사유, 직관적 판단은 바로 이러한 심리적 거리 두기의 결과다.

    대학의 한 서클에서 알게 된 막스 브로트는 카프카에게 문학적 도약을 가져다준 친구다. 그는 카프카의 숨겨진 문학적 재능을 발굴한 첫 독자이고 비평가이자 후원자였다. 그리고 카프카가 죽은 후 작품 모두를 불태워 달라는 그의 유언을 받아들이지 않고 출판하여 그를 일약 '20세기 문학의 아버지'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카프카는 브로트와 여러 문화클럽에 참여하면서 심리학, 상대성원리, 인지학, 양자론 등 현대 학문과 니체와 같은 현대철학, 그리고 20세기 독일어권 산문의 혁명을 일으킨 작가 호프만스탈 등을 알게 된다. 이것은 카프카가 언어의 인식과 재현의 한계를 인지하고 언어의 수사성과 은유성을 통해 다양한 형상언어(패러독스, 아이러니, 패러디, 비유, 은유 등)를 창조하게 되는 실마리가 된다.

    카프카는 생계와 창작 사이에서 힘겨운 이중생활을 했다. 법학박사 학위 후 '보험공사'에 들어간 그는 오전에는 "밥벌이"를 위해 근무를 하고, 오후에 잠시 눈을 부쳤다가 운동이나 산보 그리고 원예 일을 하고 나서 새벽녘까지 글을 썼다. 소음에 아주 민감했던 그는 가족들이 잠든 후에야 글을 썼고, "망원경으로 혜성을 살피듯 자신을 향해 매일 한 줄의 글이라도 써야 한다"고 자신을 다그쳤다. 차가운 거리 두기와 자신에 대한 엄격함 뒤엔 성실함과 따뜻한 인간미가 있었다. 그는 직장에서 최선을 다했으며, 가난한 재해 노동자들을 보면 남몰래 법률 자문과 경제적 도움을 주는 사람이었다.

    이런 카프카에게 사랑은 또 한 번 새로운 문학적 전환기를 가져다줬다. 두 번의 약혼에도 끝내 헤어지게 되는 펠리스 바우어와의 사랑은 그가 "영혼과 육체가 열린" 망아상태에서 단숨에 '선고'를 쓰고, 연이어 '변신', '화부' 등을 쓰게 하는 창작의 동기가 된다. 그는 안정된 결혼생활의 소시민적 행복이 자신의 문학적 삶을 방해할 것을 두려워해 결혼을 주저했으며, 파혼에서 오는 고통과 가책을 작품으로 승화했다. 펠리스와의 파혼 후에는 인간의 죄와 처벌을 관장하는 권력기구로서의 법의 세계를 다룬 '소송'과 많은 비유설화가 나온다. 두 번째 여인 율리 보리체크와의 파혼 후에는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가, 그리고 그의 책을 체코어로 번역한 젊은 유부녀 밀레나와의 이별 후에는 신적인 절대권력을 지닌 관료기구를 다룬 '성'이 나온다. 결핵으로 쇠잔해진 몸도 그의 열정적인 창작 의지는 꺾지 못했고, 임종의 침상에까지 이어져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면서 '굶주린 광대'를 수정하다 세상을 떠났다.

    카프카의 작품에서는 대부분 주인공이 '가부장적 제도', '현대 산업사회의 메커니즘', '법의 권력기구' 또는 '관료적 권력기구'에 도전하고 투쟁해가면서 모두 좌절하게 되고 결국은 죽음을 맞는다. 그는 현대 세계의 부조리를 고발함으로써 문명 비판가들의 대열에 선 작가다.

    '카프카를 읽다' 표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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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프카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全 작품 분석 해설서  '카프카를 읽다'
    그의 삶 이해하려면 '아버지…' 추천

    카프카의 '변신'은 현대사회의 인간소외 문제를 다룬, 20세기 최고의 단편으로 독자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이다. '소송'은 '변신'과 함께 20세기 독일어권 소설이 이룩한 문학적 성과로 꼽힌다. 수수께끼와 같은 권력기구로서의 법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카프카의 삶에 대해 이해하고 싶다면 그의 자전적 요소가 깊이 새겨진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를 권한다. 필자가 쓴 '카프카 평전'(소나무)은 카프카의 탄생부터 사망까지의 삶과 창작과정, 그리고 작품 해설을 곁들인 카프카 입문서이다. 빌헬름 엠리히의 '카프카를 읽다'(전 2권·유로·사진)는 1950년대에 카프카의 전 작품을 분석한 최초의 해설서로 카프카 문학 연구의 분수령이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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