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의 가슴에 '툭' 떨어진 건…

    입력 : 2013.07.06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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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도 아시다시피

    천운영 소설집|문학과지성사|280쪽|1만2000원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주기. 한 사내가 분홍 립스틱을 덕지덕지 바른 입술로 춤을 춘다. 어머니가 칠순잔치 때 입었던 한복을 입고, 어머니의 애창곡을 부른다. 가발까지 뒤집어쓰고. 슬프고 구성지게. 동생 부부와 조카들을 앞에 둔 채로. 미친 걸까.

    1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사내는 담담하고 정갈했다. 향년 팔십오 세의 호상이었다. '고아'라고 스스로를 부르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 보험회사 부사장의 직위도 그렇지만, 이미 그에겐 쾰른과 코네티컷에서 공부하는 장성한 자식도 있다. 깔끔하게 장례를 치렀다.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고, 오히려 아내가 비명에 가까운 울음소리를 터뜨렸다.

    문제는 장례를 치르고 회사에 복귀한 다음이었다. 점심시간. 뼈다귀해장국집에서 그는 와이셔츠와 외투에 우거지 한 줄기를 흘렸고, 바지 뒷주머니에 손을 넣었지만 손수건이 없었다. 매일 아침 어머니가 그의 양복 뒷주머니에 넣어주던 손수건. 서랍장에서 하나 꺼내 주는 것이 아니라, 저녁에 빨아 새벽에 다린 따끈따끈한 손수건. 이 사소한 사건 이후 사내는 급격하게 허물어진다.

    천운영의 네 번째 소설집. 당신도 아시다시피, 엄마는 영원히 엄마다. 세상은 나를 가르치는 엄마로 가득하고, 내가 가르쳐야 할 자식으로 빼곡하다. 자명한 진리를 윽박지르지 않고 가르쳐주는 7편의 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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