口舌에 시달린 윤진숙(해수부) 장관 '일침'에 빠지고, 민원 많은 부처 서승환(국토부) 장관은 '설득의 심리학'

    입력 : 2013.07.06 03:09 | 수정 : 2013.07.06 05:11

    [국무회의 구성원·정당 지도부 33명이 꼽은 책 136종 살펴보니]

    독서 경향 '청와대 코드 맞추기' 뚜렷… 日 관련서는 단 한 권, 중국이 대세
    前 정권 키워드 '환경' 보이지 않고 도서 시장 휩쓴 '힐링' 서적도 없어
    여야 지도부 독서도 취향 확연히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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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은 있고 일본은 없다. 복지는 있고 환경은 없다. 행복은 있고 힐링은 없다….

    누군가의 머릿속이 궁금하다면 그가 집는 책을 보면 된다. 2013년 대한민국 행정·입법을 책임지는 이들의 '북 리스트'에는 한국 사회의 지향이 녹아 있다. 박근혜 정부의 국무회의 구성원, 여야 지도부의 책꽂이 앞줄을 들여다보니 창조·미래·복지·행복·중국·리더십에 관한 책들이 즐비했다. 반면 일본·환경 같은 키워드는 찾기 힘들었고, 화제의 베스트셀러나 '힐링'류의 책들도 보이지 않았다.

    일본·환경·베스트셀러가 없다

    이들이 고른 책 136종 중 일본 관련서는 단 한 권.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근대화에 대처한 한·일의 차이를 알고 싶었다"며 '상투를 자른 사무라이'(이광훈)를 인상 깊게 읽은 책으로 꼽았다. 하지만 다른 국무위원의 도서 목록에는 일본을 다루거나 일본인이 쓴 책이 없다. 벤치마킹이든 반면교사든 늘 주요 관심국이었던 일본이 더 이상 '뜨거운' 상대가 아니라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반면 '중국철학사'(펑유란)를 비롯해 중국의 역사·철학·미래를 다루는 책은 6종이 꼽혔다.

    이명박 정부의 키워드였던 '환경'에 관한 책을 찾기 힘든 것도 독특한 현상. 직접적 업무 관련자인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여름휴가 때 읽고 싶은 책으로 '에코의 함정'(헤더 로저스)을 꼽았을 뿐이다. 지구 환경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유행처럼 번지는 '녹색 소비'를 비판하는 책. 윤 장관은 "환경주의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알 필요가 있다"며 목록에 넣었다.

    최근 도서 시장을 휩쓴 베스트셀러도 이들의 리스트엔 포함되지 않았다. 유일하게 박기춘 민주당 사무총장이 혜민 스님의 힐링 에세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읽고 싶은 책으로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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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대통령은 북 멘토?

    눈에 띄는 특징은 박근혜 대통령과 '코드 맞추기'. 허태열 비서실장의 '북 리스트'에선 머릿속까지 대통령을 보좌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박 대통령이 인상 깊게 읽었다는 펑유란의 '중국철학사', 박 대통령이 지난달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구입한 '정조와 홍대용, 생각을 겨루다'(김도환)를 올여름 휴가 때 읽겠다고 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고른 '히든 챔피언'(헤르만 지몬) 역시 박 대통령이 언급해 화제가 됐던 책. 탄탄한 중견기업을 뜻하는 '히든 챔피언'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중소기업 육성 정책을 상징하는 말이 됐다.

    박 대통령의 비전인 '창조경제' '국민 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책에서 배우겠다는 노력도 엿볼 수 있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은 '희망의 귀환'(차동엽)을 읽은 까닭을 "희망 메시지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 비전과 맥을 같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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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대한 독서 vs 자유로운 영혼

    독서 스펙트럼이 넓은 인사들도 눈에 띈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인문·예술·여성·복지·경제·문학을 넘나든다.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상처를 치유하는 저자의 노력을 담은 '눈물도 빛을 받으면 반짝인다'(은수연)를 읽었고, 여름휴가 때는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자기만의 방'을 오랜만에 다시 펼쳐보겠다고 했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의 답변에서도 '다독가' 성향이 드러난다. 빈곤의 대물림에 대해 연구한 '사당동 더하기 25'(조은)를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으로 꼽았고, 올여름엔 '허클베리핀의 모험'(마크 트웨인) 완역판을 읽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은 신간을 빠르게 섭렵한 독서 리스트를 보내왔다. 올해 출간된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김영란·김두식), '코펜하겐에서 일주일을'(유승호)을 감명 깊게 읽었다고 했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그리스 로마신화'(이윤기), '사랑을 알 때까지 걸어가라'(최갑수), '고령화 가족'(천명관) 등 신화·여행 에세이·소설을 두루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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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치 넘치는 추천 말말말

    '설득의 심리학'을 읽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사회적 갈등이 많은 국토부 업무 추진에 도움'이라고 썼다. 개발에 따른 민원과 토지 보상 등의 문제를 처리해야 하는 국토부 업무의 어려움이 읽힌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은 한양대 정민 교수가 쓴 '일침'을 읽었다면서 '장관으로 내정돼 정신없는 가운데 긴 호흡으로 긴 문장을 읽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 때 사자성어를 중심으로 마음에 내용을 새길 간결한 문장을 담고 있어서'라고 적었다. 인사청문회 등으로 고초를 겪은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협상이 주임무인 원내대표로서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을 알고 싶어서 샘 혼의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을 읽을 생각"이라고 했다.

    서재 결혼은 없었다

    여야의 거리만큼 서재의 색채도 달랐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지도부가 고른 책들은 제목도 성격도 판이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절반이 '창업국가'를 읽었거나 읽을 책으로 꼽았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의 시발점이라는 책이다. 황우여 대표는 '이승만 다시보기', 최경환 원내대표는 '보수정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를 골랐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불평등의 대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을을 위한 행진곡' 등 분배 정의·경제 민주화에 관한 책을 주로 택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김대중 자서전', 박기춘 사무총장은 넬슨 만델라의 자서전 '나 자신과의 대화'를 인상 깊게 읽었다고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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