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여당과 야당, 서재 결혼 시킵시다

    입력 : 2013.07.06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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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훈 Books 팀장
    해마다 여름이 되면 각 신문의 책 담당 기자들은 휴가 특집을 준비합니다. 이번에는 휴가지에서 읽을 소설이나 에세이 말고 좀 특별한 걸로 준비해봤습니다. 계기가 있었습니다. 지난달 초 총리실 출입인 조백건 기자가 조선닷컴 '클릭! 취재 인사이드'에 '주말 심야 극장 즐기고, KTX 일반석 고집하는 서민 총리?'라는 기사를 썼습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와 '신창조계급'을 최근 읽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국무위원과 국회의원들에게 어떤 책을 읽고 있느냐고 질문하면 어떨까?'생각했고 곧장 질문지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워낙 바쁘신 분들이라 그런지 한 달 내내 독촉했는데도 결국 모든 설문 대상자로부터 답장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특히 현직 장관들의 참여가 저조했습니다. 국회의원 한 분은 신문 제작 당일인 5일 오후 답장을 보냈습니다. 기사를 부랴부랴 수정했지만 늦게라도 참여해준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공직자 세계의 '눈치 보기' 습성도 엿봤습니다. 부처 대변인실의 장관 인터뷰 담당자를 통해 질문서를 보내고 통화하는데 "다른 부처도 하나요?"라고 묻더군요. 한 부처 대변인실에선 "다른 장관은 어떤 책 추천했는지 좀 알려달라"며 '커닝'을 시도했습니다. 그 부처 장관은 결국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힌트를 드리지 않아서 그랬나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센 분'들이 선택한 책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석을 해봤습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지도부 의원 8명이 보내온 목록을 보니 책을 고르는 기준이 확연히 달랐습니다. 여야 의원들에게 미국 작가 앤 패디먼의 책 '서재 결혼시키기'를 권하고 싶어졌습니다. 이 책은 앤이 결혼 후 5년간 따로 관리하던 책장을 남편 조지의 책장과 섞게 된 사연을 소개합니다. "조지의 책은 민주적으로 뒤섞여 모든 것을 포괄하는 '문학'이라는 깃발 아래 연합해 있었다. 내 책들은 국적과 주제에 따라 분할 통치되고 있었다." 두 사람은 협상 끝에 앤의 방식대로 서재를 합치기로 '합의'했습니다. 아내의 방식으로 정리하면 남편의 책을 찾을 수 있지만, 남편 방식으로 하면 앤의 책을 찾을 수 없다는 데서 타협점을 찾았습니다.

    '월든'을 쓴 헨리 D 소로는 "책은 세계의 보배이며, 세대와 국민이 상속받기 알맞은 재산"이라고 했습니다. 상속뿐 아니라 위정자와 국민이 공유하기에도 좋은 재산 아닙니까. 함께 읽어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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