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선비의 책상 위엔 편지쓰기 매뉴얼이 있었네

    입력 : 2013.07.06 03:10

    실용서로 읽는 조선 표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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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용서로 읽는 조선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엮음 | 글항아리
    376쪽 | 2만1800원

    "바퀴는 손잡이 위로 튀어나온다. 좌우에 고동목이 있고 뒤쪽 손잡이는 짧다. 가죽끈을 매어 어깨에 걸친다. 진흙이 튀지 않게 하려면 바퀴가 손잡이 위로 나오지 않게 한다."

    숙종 임금의 어의(御醫) 이시필(1657~1724)이 쓴 '소문사설'에 등장하는 수레 제작법이다. 여러 차례 사신단을 수행해 중국에 다녀왔던 그는 그곳에서 보고 들은 선진 문물들을 자세한 기록으로 남겼다. 벽돌·방아·그물 제작법과 온갖 음식 조리법을 도판과 함께 자세히 소개한 것. 한마디로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종합 실용서'였다.

    조선시대 사람들이 책상머리에 앉아 사서삼경이나 방각본소설처럼 실생활과 거리가 먼 책을 읽었으리라는 통념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의 아홉 번째 교양총서인 이 책에서 상당 부분 허물어진다. 성리학의 나라 조선에서도 '실용'을 위한 책들은 존재했고, 그 책들은 의외로 수준이 높았다는 것이다.

    '고사촬요(攷事撮要)'는 관료에게 꼭 필요했던 행정 지식을 담은 책이었다. 소송을 해결해야 하는 법관들은 '사송유취' '결송유취보' 같은 법서를 읽었다. '간식유편'은 편지 쓰기 실전 매뉴얼이었고, '훈몽자회'는 한글 학습 교재 역할을 했다. 원예 실용서 '양화소록', 임신과 출산에 필요한 '규합총서' '태교신기', 요리서인 '음식디미방' '규합총서'도 있었다. 그러나 역시 최고의 실용서는 오늘날의 달력인 역서(曆書)였다. 경험에서 떨어지지 않으면서 전문성과 간편성을 겸비한 이 책들은 조선이란 나라의 새로운 이면(裏面)을 밝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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