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저희 책 좀 흔들어주세요

    입력 : 2013.07.06 01:08

    이명박 대통령이 추천했던 '넛지', 노무현 대통령 즐겨 읽은 '칼의 노래' 등
    대통령 언급 후 판매 급증하는 책 많아

    켄 블랜차드가 쓴 '신뢰가 답이다', 폴 크루그먼의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 드골의 회고록 '드골, 희망의 기억'…. 최근 청와대로 들어간 책들이다. 확인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출판사들은 해마다 여름 시즌 직전, 청와대 비서관이나 행정관 등에게 책을 건네거나 배송한다. 마음속 최종 수신인은 대통령. "제발 그분 손에 닿기를. 읽고 흔들어주시길" 같은 주문(呪文)을 욀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는 응답이 없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일러스트판을 비롯해 '정조와 홍대용, 생각을 겨루다''답성호원' '유럽의 교육' '철학과 마음의 치유' 등 인문서 5권을 정가(定價)에 샀다. 책세상이라는 작은 출판사라는 점, 인문학의 가치를 강조할 수 있다는 점, 대통령의 현장 동선(動線) 등이 반영된 '상징적인 선택'이었다. 이 책들은 이후 2000~3000부씩 추가 주문이 들어왔다. '정조와 홍대용, 생각을 겨루다'의 경우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를 만큼 탄력을 받고 있다.

    최근 10년간 대통령의 후광을 입은 책으로는 '칼의 노래' '대한민국은 혁신 중'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 '넛지' 등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TV 독서 프로그램에서 김훈의 '칼의 노래'를 권했고 2004년 탄핵으로 직무 정지 상태에 있을 때 다시 이 소설을 읽었다고 밝혔다. 당장 이튿날부터 주문이 5~10배 폭증했다. '대한민국은 혁신 중'은 노 전 대통령 집무실에서 자주 카메라에 찍혀 바람을 탔던 경영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추천한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은 하루 최고 3000부씩 주문이 밀려왔다. '넛지'는 2009년 7월 말 이 전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에게 선물한 책으로 꼽혀 다음 달 매출이 두 배로 늘었다. 대통령이 특정 책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출판사에서는 '흔들기'라고 부른다. 국민이 검증한 최고의 리더가 골라 보여준 책이라는 뜻이다. 박창흠 엘도라도 대표는 "이미 시장에서 반응이 있는 책일 경우는 '대통령 효과'가 훨씬 강력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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