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은 '짝짓기' 위해 태어났다?

    입력 : 2013.07.27 03:20

    깃털, 더 나은 짝 찾고 생존하는 데 유리… 1910년대 최상급 깃털은 다이아 맞먹어
    생물학자인 저자, 깃털 하나로 출발… 새의 진화·비행·인간세상까지 조명

    '깃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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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깃털|소어 핸슨 지음|하윤숙 옮김|에이도스|400쪽|1만8000원

    등뼈가 있는 동물은 외피에 따라 네 갈래로 나뉜다. 미끈거리거나(양서류), 털이 있거나(포유류), 비늘로 덮여 있거나(파충류·어류), 깃털로 덮여 있거나(조류). 모양과 기능의 다양성으로 보면 으뜸은 깃털이다. 새는 깃털 덕분에 몸을 숨기기도 하고 시선을 끌기도 한다. 깃털 안에 물을 저장하는가 하면 방수 기능도 있다. 깃털은 완벽에 가까운 비행 날개이자 가장 가볍고 효율적인 단열재다.

    화살, 베개, 파카, 깃펜, 셔틀콕, 모자, 이카로스, 비행기…. 깃털 하면 떠오르는 낱말들이다. 원시시대부터 인간은 실용적으로 또 문화적으로 깃털을 사용했다. 땅에 묶여 살아가기 때문에 날아다니는 능력은 다른 세상의 것, 숭배의 대상이었다. "희망에는 날개가 달려 있다"고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은 노래했다. 보존생물학자가 쓴 이 책은 깃털 하나로 출발해 진화와 비행, 예술 등 거대한 주제로 뻗어나가는 논픽션이다.

    ◇공룡, 새가 되다

    1861년 독일에서 중생대 쥐라기의 시조새 화석(化石)이 발견됐다. '돌에 새겨진 오래된 날개'라는 뜻의 학명이 붙은 이 화석은 파충류의 뼈 구조와 새의 깃털을 지니고 있었다. 다윈의 '종의 기원'이 나온 직후라서 "조류가 파충류에서 진화했다"는 증거로 삼을 만했다. 논쟁을 거쳐 현재는 시조새와 새가 수각류(獸脚類)라는 육식성 공룡에서 진화했다는 이론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깃털은 왜 생겨났을까.

    깃털은 속이 빈 깃대에서 시작해 뻗어나가다가 중앙의 축에서 가지를 뻗으며 갈라진다. 이때 갈라지는 각도와 형태에 따라 수많은 깃털 형태가 나타난다. 중국에서 화석으로 발견된 깃털 공룡 '시노사우롭테릭스 프리마', 날개는 물론 다리와 발에도 비대칭형 비행깃이 있는 '미크로랍토르' 등을 통해 "공룡에게 보온과 과시, 활강을 위해 깃털이 필요했다"고 설명하는 대목이 흥미진진하다. 깃털이 있으면 더 나은 짝을 찾거나 먹이를 구하고 생존하는 데 유리했다는 것이다.

    각각의 우낭(羽囊)에서 만들어지는 깃털은 연속적인 긴 관과 같다. 새들이 털갈이하는 건 번식 전략만은 아니다. 깃털도 닳는다. 자동차 와이퍼를 바꾸고 기타 줄을 갈아주듯이 새것으로 교체해야 하는 것이다. 깃털은 공기를 품는 미세구조 때문에 보온 기능도 탁월한데, 상모솔새는 깃털 안과 바깥의 기온 차이가 78도에 이른다. 비행할 때 10~20배 더 발생하는 체열을 식히려고 맨살 부위로 혈류량을 늘리거나 숨을 헐떡여 수분을 증발시키는 냉각 기능도 놀랍다.

    ◇땅에서 날아올랐나, 나무에서 뛰어내렸나

    닭을 허공에 던져본 적 있다면 몇 초간 날개를 퍼덕이다가 중력에 패배해 추락하는 꼴을 보았을 것이다. 닭은 지속적인 비행을 하기엔 체질량 대비 날개의 비율이 적합하지 않다. 조류학계의 오랜 논쟁 중 하나는 '땅에서 날아올랐을까 아니면 나무에서 뛰어내렸을까'라는 질문. 발이 빠른 수각류 공룡이 공중으로 뛰어오르면서 비행 능력이 진화했다는 주장,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뛰는 거리를 늘리면서 비행 능력이 진화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다리에도 비행깃을 지닌 공룡 '미크로랍토르'는 부분적이지만 하늘과 땅의 간극을 이어준다.

    깃털을 장식한 여자가 춤을 추고 있다.
    /corbis 토픽이미지
    경사각을 높이면서 메추라기닭의 행동을 조사한 연구도 흥미롭다. 메추라기닭은 날개를 퍼덕이며 가파른 경사로를 올라갔다. 하지만 퍼덕이는 방향은 하늘을 나는 새들과는 달랐다. 두 다리를 경사로에 밀착시키는 데 그 힘을 이용한 것이다. "F1 자동차경주차에서 속도가 올라가는 동안 차가 뜨지 않게 아래로 눌러주는 기능을 하는 장치(스포일러)와 같다"는 비유가 절묘하다. 오래된 질문의 나머지 반쪽이 풀리는 셈이다. "새들은 이렇게 높은 곳의 피난처로 가게 되었지만 내려와야 할 땐 어떻게 했겠습니까? 뛰어내리면서 날개를 퍼덕이는 거죠!"

    1912년 빙산과 충돌해 침몰한 타이타닉호에서 가장 비싼 선적 화물은 깃털이었다. 뉴욕의 모자 제조상에 배달될 최상급 깃털 40여 상자가 실려 있었는데 단위 중량으로는 다이아몬드 다음으로 비쌌다. 파푸아뉴기니의 전통 의례, 라스베이거스 쇼, 삼바 축제에서도 장식용 깃털을 만날 수 있다. 인간의 꿈을 이뤄준 비행기가 이따금 '조류 충돌(bird strike)'로 추락하는 것은 역설적이다. 이 책은 깃털 감식 전문가를 소개하며 닫힌다. 작은 깃털을 쥔 채 중생대까지 새의 기원과 진화를 추적하고 인간 세상까지 들여다본 저자는 훨씬 특별한 감식안으로 다가온다. 정교하고 매혹적인 이야기꾼이다. 원제는 'Feathers: The Evolution of a Natural Mira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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