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진짜 비극은 진실을 잊는 것

    입력 : 2013.07.27 03:20

    '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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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격 | 김태우 지음 | 창비 | 488쪽 | 2만5000원

    전쟁이 비극인 이유는, 그 전쟁을 수행한 양쪽의 대의명분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감추고 싶은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6·25 전쟁을 겪은 많은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회고가 있다. 갑자기 하늘에 나타난 미군 전투기야말로 생사가 갈리는 공포의 대상이었다는 것이다. 박사 학위논문을 바탕으로 한 연구서 '폭격'은 6·25 전쟁 때의 미 공군 문서 10만 장을 수집·분석했다. 당시 미 공군의 폭격에 대해 지금까지의 연구는 '군사 목표만 정밀 공격했다'에서 '민간인을 무차별 폭격했다'까지 양 극단을 넘나들었다. 진실은 무엇인가? '그 사이, 좀 더 후자에 가까운 쪽에 있었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6·25 전쟁 초기 미군은 '군사 목표 정밀폭격 정책'을 준수하려 했다. 그러나 이 정책이 현실 전투에서 그대로 지켜질 수는 없었다. 아직 기술력 부족으로 레이더 조준을 통한 폭격은 오폭률이 높았고, B-29기 등의 전폭기는 항속거리가 짧아 정찰 후 폭격을 수행하기 어려웠다.

    "전폭기들은 연료 부족의 압박감 속에 어떤 형식으로든 자신의 공격 임무를 완수하고 귀환하려 했다." 그 결과는? '오폭'으로 불리는 숱한 비극이었다. 1950년 11월 이후에는 아예 북한 지역에 대한 '초토화 작전'으로 바뀐다. 미군의 대규모 폭격은 북한 지도부의 전의를 꺾게 했다고 이 책은 말한다. 김일성은 감당이 불가능한 수준의 폭격 피해에 지쳐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어 했으나, '위신을 지키고 싶어서' 전쟁을 지속한 쪽은 중국이었다는 것이다. 조선을 돕기 위한 전쟁이라는 이른바 항미원조(抗美援朝)는 오히려 더 큰 민간인 피해를 낳았다.

    1951년 미 공군의 폭격을 받고 있는 원산 시가.
    1951년 미 공군의 폭격을 받고 있는 원산 시가.‘ 폭격’은“미군 공습으로 북한 주민은 수시로 폭격 위험에 노출됐다”고 했다. /정성길 계명대 동산의료원 명예박물관장 제공
    6·25 전쟁의 참화를 가져 온 화력 중 오직 미군의 것에만 집중하는 이 책의 시각이 공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라고 해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기에, 책 속의 불편한 진실이 비록 일면의 것이라고 해도 제대로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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