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가게도 건설 회사도 '단지'가 삼켰다

    입력 : 2013.08.03 02:56

    '아파트 한국사회:단지 공화국에 갇힌 도시와 일상'
    구매하기
    아파트 한국사회:단지 공화국에 갇힌 도시와 일상|박인석 지음|현암사|400쪽|2만원

    온 나라가 아파트로 뒤덮였고, 모두가 아파트에 목을 맨다. 전국 주택 60%가 아파트이고, 매년 새로 짓는 주택 70%도 아파트다. 아파트는 '삶을 획일화하고 도시를 삭막하게 만든 주범'이고 '집이 아닌 재테크 수단'이다. '평수로 계층을 나누는 세태'를 안타까워하지만 '땅이 좁아 고밀도 개발이 불가피하다'고도 한다. 정말 그럴까.

    주거건축 전공 대학교수인 저자는 "문제는 아파트가 아닌 '아파트 단지'이며 한국 사회는 '아파트 공화국'이 아니라 '단지 공화국'"이라고 말한다.

    '단지 공화국'의 출현은 이랬다. 1970년대 고속 성장과 함께 공무원, 사무직 간부, 자영 전문직 등 '신(新)중간층'이 급증했다. '더 좋은 주택'이 필요했다. 하지만 경제 성장이 급했던 정부는 도로와 전선을 까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탈출구가 '아파트 단지' 개발이었다. 진입 도로만 내주면 입주자들이 돈을 내서 공원 녹지와 각종 편의 시설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오래된 주택가를 쓸어내거나 미개발지 한가운데 도로와 전철을 놓고 고밀도 단지를 세웠다. 결과는? 10여개 대형 건설업체가 대규모 개발을 독식했다. 중소건설업체가 무너지면서 일자리는 줄고 지역 경제는 활력을 잃었다. 단지 주변 골목의 가게들도 사라졌다.

    반면 일본은 전체 주택의 50% 이상을 지역에 기반을 둔 중소 규모 건설회사가 맡는다. 저자는 비슷한 인구 밀도의 유럽 도시들과 비교해 우리나라 실정에는 고밀도 개발이 불가피했다는 논리도 깨뜨린다.

    저자는 "오르는 집값에 춤추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질타한다. 무주택자나 집이 1채뿐인 가구는 집값이 오르면 세 부담만 는다. 집값이 오르면 이익인 사람은 그걸 팔아서 현금화할 수 있는 6.5%의 다주택 보유자들뿐이다. 93.5%에게는 손해라는 것이다.

    '도시 공공 공간에 대한 대규모 공공 투자가 없다면 한국은 갈수록 더 그악스러운 아파트 단지 공화국이 되어갈 것'(72쪽)이라며 '폐쇄된 공간인 단지를 허물고, 공간의 실핏줄을 다시 이어야 한다. 결국 단지 해체가 살 길'(310쪽)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다양한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주거동별 마당, 마당형 발코니 등의 대안적 주거와 도시 형태를 제안한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