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한국'을 깬 그녀를 응원합니다

    입력 : 2013.08.02 22:46

    김태훈 Books 팀장
    김태훈 Books 팀장
    미국에서 한국계 작가를 대표하는 '빅3'라고 하면 이창래·이민진씨와 수잔 최(Susan Choi·44)씨를 꼽습니다. 세 사람은 예일대 동문입니다. 이 중 최씨가 최근 발표한 장편 '나의 교육(My Education)'을 미국 평단과 언론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은 이 책을 지난달 '이달의 책'으로 선정했습니다.

    대학원생이 교수의 아내와 동성애를 벌인다는 내용인 이 작품에 대해 두 가지 측면에서 '새로움'과 '의외'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먼저 미국 내 소수자의 자기 정체성을 묻는 '이민자 문학' 범주에서 벗어났습니다. 이민진의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이나 이창래의 '제스처 라이프' 등에 나타나는 '한국적 뿌리'와 '미국의 현실' 사이의 이질감과 긴장이 없습니다. 수잔 최도 전작 '요주의 인물'에서 아시아계 이민자를 차별하는 미국 주류 사회를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선 사랑의 감정에 무작정 빠져드는 21세 여성과 '충동적 감정만이 사랑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33세 교수 아내의 갈등에서 '인간의 미성숙'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끌어냅니다.

    수잔 최가 이 소설에서 동성애를 다루는 방식도 '의외'로 받아들여집니다. 미국에서는 동성애가 화제로 떠오르면 찬반 논쟁이 시작되고 입장에 따라 보수와 진보로 갈립니다. 뉴욕타임스는 "수잔 최가 정치적 함의를 지닌 소재를 택하면서도 동성애에 대한 견해를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고 분석했습니다. 동성애를 다루는 이전 작품들이 보여온 진부한 찬반 대결 구도에서 탈피했다는 평가겠지요.

    수잔 최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는 한국인이고 어머니는 러시아계 유대인입니다. 이런 배경이 그녀의 문학적 정체성을 형성했습니다. 그녀의 첫 장편 '외국인 학생'(1998)은 한국 출신 청년이 미국에서 겪는 정체성 혼란을 다룹니다. 이 소설은 그해 LA타임스가 선정한 소설 베스트 10에 올랐습니다. '나의 교육'은 그녀의 네 번째 장편입니다.

    미국에서 이민자나 소수 인종 출신이 쓴 작품은 사실 '미국을 비추는 큰 거울 옆에 두는 보조 거울' 정도의 역할이었습니다. 수잔 최의 새 소설은 그런 좁은 울타리를 허무는 시도여서 반갑습니다. 수잔 최는 2003년 '미국 여자'로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가 아깝게 고배를 마셨습니다. '어쩌면 이번에는…' 하고 기대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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