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극작가 강월도를 아십니까"

    입력 : 2013.08.15 23:50

    [조선미디어 그룹 논픽션 대상]

    -우수상 조유현씨
    "파킨슨병 앓다가 투신한 남자, 그의 유품 정리하다 글 쓰게 돼"

    조유현씨(왼쪽)와 극작가 故 강월도.
    조유현씨는“상금은 강월도를 위해 쓰고 싶다”며“그의 유작을 무대에 올리거나 강월도 장학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왼쪽 사진). 극작가 故 강월도./주완중 기자
    "친애하는 친구들에게. 이 서신을 받을 때쯤이면 나는 서울을 떠나 남해를 찾아 다시 한 번 떠났을 것입니다. 이 땅의 자네들이 그립겠지요. 나, 먼저 가네. 친구들이여, 잘 있게."

    2002년 여름, 극작가 강월도는 편지 한 장을 남기고 바다에 몸을 던졌다. 당시 출판사를 운영하며 강씨와 같은 건물을 썼던 조유현(52)씨는 경찰의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제주행 배를 탔던 강월도가 바다에 투신, 실종됐으니 소지품을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날부터 사고 뒷수습을 맡았지요. 신문에 투신 소식을 전하고, 추모 모임을 열고, 강월도 사무실을 정리하면서 그의 일기와 사진, 수백통의 편지를 발견하고 보관해왔습니다."

    '2013 조선미디어그룹 논픽션 대상'에서 대상 없는 우수상을 받은 '어느 천재 극작가의 죽음'은 강월도(1936~2002)의 삶과 죽음, 작품 세계를 파헤친 평전이다. 필자 조유현씨는 "11년 전 추모 모임 때 강월도의 외사촌인 박철수 영화감독을 만나 그의 얘기를 영화로 만들자고 약속했었다"며 "올해 2월 박 감독의 갑작스러운 부고를 접하고 불현듯 그 약속이 생각나서 자료를 정리했다"고 했다.

    강월도는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오프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최초의 한인 극작가. 1988년 귀국, 한성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극작가 겸 시인으로 활동했으나 파킨슨병을 앓다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어느 천재…'에는 강씨의 성장 과정과 유학 생활, 주요 작품과 죽음의 비밀이 펼쳐진다. 조씨는 "자전적 희곡 작품들, 일기·편지 등 사적인 자료들을 분석하다가 왜 그가 '죽음'이란 화두에 집착했는지 알 수 있었다"며 "6·25 때 납북된 아버지에 대한 부채의식 때문이었다. 경성지법 판사였던 아버지가 옆집에 숨어 있다가 발각돼 끌려가는 걸 목격하고도 나서지 못했던 죄의식이 평생 그를 괴롭혔다"고 했다.

    세명대 미디어창작학과 교수인 조씨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강의하면서 학생들과 작품 하나씩 썼다. 나도 수업시간마다 이걸 쓰는 과정을 공개했다"며 "우수상 받았으니 체면치레는 했다"고 했다. "무엇보다 잊힌 극작가 강월도가 부활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