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상품화가 인문학 위기 불렀다"

    입력 : 2013.09.28 03:03

    '절망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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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망의 인문학ㅣ오창은 지음ㅣ이매진ㅣ400쪽ㅣ1만8000원

    인문학 호황에서 절망을 읽어낸 책이다. "인문학은 사실 위기에 처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인문학 강좌와 고전 읽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인문학이 부흥한 것은 아니다. 책을 쓴 문학평론가 오창은은 그것을 "시장 논리와 연동하면서 상품화되는 양상"으로 바라본다. 서울대 CEO 인문학 최고위 과정을 겨냥해 "인문학이 시장 영역에 포섭돼 오히려 말랑말랑한 교양 수준으로 전락했다" "상품 광고와 기업이 인간화된 모습으로 자신을 이미지화하는 데 인문학적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100만부 넘게 팔린 자기계발서 '꿈꾸는 다락방'을 쓴 이지성은 '리딩으로 리드하라'에서 인문 고전을 읽으면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오창은은 '꿈꾸는 다락방'과 '리딩으로 리드하라' 사이의 간극에서 한국 인문학이 직면한 거대한 크레바스를 본다. 자신을 제어해 사회적 성공을 일구려는 욕망(자기계발)과 자기 성찰을 강화하려는 욕망(인문학)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오창은은 "인문학을 통한 자기계발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누구와 더불어 인문학을 하고 무엇을 위해 인문 정신을 강화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동의하기 어렵다. 오창은은 스스로 고백하듯이 '실천 인문학과 시민 인문학의 언저리를 배회하는 반(半)제도 비평가'다. 하지만 개인이 인문 고전을 읽고 인문학 강좌를 들을 때 반드시 실천 또는 시민을 고려해야 하나. 문턱 낮춘 인문학이 그렇게 스산하기만 한 풍경인가. 인문학 열풍에는 분명 '거품'이 있다. 그러나 오도된 광우병 파동으로 나라가 휘청거렸던 것을 생각하면 기초 교양을 다질 기회는 동네 단위로 많아질수록 좋다. "노숙인이나 재소자가 인문학 수업으로 감동 받은 게 아니라 그 강의에 나선 인문학자들이 '자뻑'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새길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가치 중립을 지향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당하게 개입하기 때문에 편향돼 있고, 현상만을 기술하지 않기 때문에 실천적"이라고 저자는 썼다. 대학원 교육의 붕괴, 시간 강사의 처우, 해외 유학의 문제점, 국가의 학문 지원 시스템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대목이야말로 수확이다. 학문 후속 세대의 곪은 상처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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