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에덴은 북극에 있었다?

    입력 : 2013.09.28 03:03

    미국·중국·페르시아만 바다 밑… 에덴 동산 찾는 사람들 이야기 엮어
    지질학·역사학 등 인문 지식은 기본, 나사 위성 사진 등 첨단 기술 총동원… 에덴은 그들에게 꿈이자 삶 그 자체

    '에덴 추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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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덴 추적자들|브룩 윌렌스키 랜포드 지음|김소정 옮김|푸른지식|416쪽|2만2000원

    '에덴'을 그저 '상징'으로 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실제 '에덴동산'을 찾아 나선 사람들도 있었다. 그것도 아주 오래전부터. 초기 기독교 시대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도, 중세 종교개혁가 칼뱅도 모두 에덴 찾기에 골몰했다. 그런데 이 책에 소개된 에덴 추적자들은 신앙의 전사들이 아니다. 다윈의 진화론 발표 이후 등장한 학자·법률가·엔지니어인 그들은 근대적 합리주의와 과학적 지식으로 무장하고 에덴을 찾아 나섰다. 하느님의 영광을 증명하려는 이도 있었지만, 에덴으로 표상되는 삶의 열망에 사로잡힌 이들이 더 많았다. 그들은 살아가면서 이루고자 하는 목적과 극복하고 싶은 장애물을 에덴이란 이상향에 투영했다. 책은 신학뿐 아니라 고고학과 지질학·역사학 등 인문 지식과 첨단 위성을 활용한 지적 향연을 펼치며 독자를 흥미로운 탐험의 여정으로 초대한다.

    ◇에덴을 찾아 세계를 뒤지다

    20세기 초 베를린대학 아시리아학과 교수인 프리드리히 델리치는 '독실한 기독교도이자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히브리학 교수'로 평가받은 아버지 프란츠를 넘어서고 싶었다. 아버지 업적은 뭐든 부정하려고 했다. 아버지 프란츠는 '성서를 받아들이면서도 지상에선 에덴을 찾을 수 없다'고 했지만, 아들은 '에덴이 실재했다'면서도 성서를 부정했다. 고고학적 지식으로 무장한 그는 창세기에 에덴이 있는 곳으로 나오는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사이 평야에서 남자·여자·뱀·열매가 새겨진 바빌로니아 시대의 인장을 찾아냈다. 그는 이 발견을 근거로 성서의 창세기는 그보다 수천년 앞선 바빌로니아 창세기 '에누마 엘리시'의 표절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창간한 영국 식민지 시대 홍콩인 ��타이(謝纘泰)는 중화주의에 입각해 톈산산맥과 쿤룬산맥에 둘러싸인 타림분지를 에덴이라 주장했다. 성경에서 말한 대로 네 개의 강이 흐르고 보석이 발견됐다는 게 이유였고,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기 때문에 에덴은 당연히 중국에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에게 진짜 에덴을 찾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 오늘날 미국과 같은 문명과 문화의 용광로여야 한다는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 것이었다. 그는 '중화 에덴'에 군국주의 배격, 약소민족 보호, 인류애 전파를 논의할 오늘날의 유엔 같은 '국가의회(Parliament of Nations)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850년대 중반 미국 감리교 목사 윌리엄 워런은 에덴은 그때까지 아무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땅이어야 한다며 북극을 에덴이라 주장했다. 그는 빙하기 이전 북극은 따뜻했을 것이므로 지금의 추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에덴, 신이 아니라 나를 위해 찾는다

    미국 변호사 엘비 캘러웨이는 플로리다주 애팔래치콜라 남쪽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질 지역이란 근거를 토대로 1956년 이 강 옆에 에덴동산 공원을 조성했다. 매표소를 설치했고 입장료 1.1달러를 받았다. 캘러웨이는 이곳을 여성 참정권과 피임할 권리가 보장되는 여성 천국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의 에덴에는 뱀도 원죄도 없었다. 이브가 선악과를 먹은 것은 맹목적 생존을 거부하고 목적이 있는 삶을 살기 위한 실존적 선택이었다. 얼핏 미국 민주당원 같아 보이지만 그는 1936년 플로리다주지사 공화당 후보로 출마할 때 복지제도 반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신은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여성이 사회복지라는 뱀(또는 공산주의자)에게 유혹당하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화가 티치아노가 그린 에덴동산의‘아담과 이브.’이브가 뱀의 유혹에 넘어가는 장면이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화가 티치아노가 그린 에덴동산의‘아담과 이브.’이브가 뱀의 유혹에 넘어가는 장면이다. 미국 플로리다에 에덴동산 공원을 만든 변호사 엘비 캘러웨이는 이브가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 선악과를 먹었다고 해석했다. /토픽이미지
    에덴 찾기는 1980년대에도 계속됐다. 미국 미주리주립대 고고학과 유리스 차린스 교수는 에덴이 지금의 페르시아만 바다 밑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 바다는 비옥한 농토였다가 기원전 5000년쯤 플랑드르 해진(해수면의 상승이나 지반의 침강)이란 급격한 지각변동에 의해 바다에 잠겼다는 것이다. 당시 이 땅 밖에서 수렵 채집을 하며 살던 수메르인들의 눈에 비친 메소포타미아 농부들은 신이 준 대로 먹지 않고 스스로 열매를 만들어 먹음으로써 창조라는 신의 권능을 훔친 자들이었고 신의 분노를 사 에덴 밖으로 쫓겨났다. 차린스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미항공우주국(NASA)의 지상 관측 위성이 보내온 사진도 분석했다.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외에 이란에서 흘러들어온 카룬강과 지금은 말라버렸지만 아라비아반도에서 만으로 흘러든 강을 찾아냈다. 네 개의 강은 에덴에 네 개의 강이 흘렀다는 창세기 서술과 일치한다.

    ◇에덴 찾기는 계속될 것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이 만나는 곳에 있는 쿠르나는 옛날부터 많은 사람이 에덴이라고 믿어온 곳이다. 현대 들어 이곳은 걸프전의 전장이자 시아파 주민이 수니파인 사담 후세인에게 학살당한 '망가진 에덴동산'으로 전락했다. 그래도 이라크 전역에서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창세기에 나오는 지혜의 나무가 2000년 넘게 이곳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실이 아니다. 나무는 여러 번 죽었고, 그때마다 쿠르나 사람들은 늘 새 나무를 심었다. 지혜의 나무에 소망을 빌기 위해서다. 저자와 만난 한 이라크인 교사는 이 나무 앞에서 "이라크에 다시 평화가 오고, 전 세계인이 이곳으로 돌아와 기도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저자는 "에덴은 정말 지혜의 나무와 같다"고 했다. 우리는 지혜의 나무 앞에 선 이들처럼 꿈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에덴 추적을 계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에덴 탐험과 관련된 그 어떤 사실도 새로 밝혀진 것은 없다. 저자는 그저 신문에 소개되고 책으로 나온 에덴 찾기 기록을 모았을 뿐이다. 그런데 한 권의 책에 담긴 에덴 추적의 수많은 기록이 "인간은 누구이고 어떤 성취를 이뤘으며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오래 곱씹게 한다.


    [책에 소개된 주요 에덴동산 위치]

    (1)
    북극 (2)미국 캘리포니아 주 산타클라라 (3)미국 미주리 주 인디펜던스 (4)미국 플로리다 주 브리스톨 (5)미국 오하이오 주 피블스 서펀트 마운드 (6)베네수엘라 오리노코 강 분지 (7)크레타 섬 서쪽 지중해(바다 밑) (8)독일 베를린 (9)이스라엘 예루살렘 (10)이라크(메소포타미아) (11)에티오피아 아와시 계곡 (12)소말리아 베르베라 (13)잠비아 방웨울루호 (14)세이셸 (15)중국 타림 분지 (16)스리랑카 스리파다 산맥 아담스 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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