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의 북&토크] 남자여 읽읍시다, 더 늦기 전에

    입력 : 2013.10.18 23:13

    김태훈 Books 팀장
    김태훈 Books 팀장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는 캐나다 소설가 앨리스 먼로의 작품들이 서점 판매에서 선전하고 있다고 합니다. 노벨 문학상을 받아도 대부분 독자 반응이 썰렁했던 이전에 비해 고무적입니다. 그런데 문득 이 책을 사 간 남녀 비율이 궁금해져서 한 인터넷 서점에 부탁해 통계를 내봤습니다.

    결과는 여성 66.8% 대 남성 33.2%로 여성 독자 구매 비율이 남성의 두 배를 넘었습니다. 연령대별 남녀 차이도 알아봤습니다. 10대부터 50대까지 모든 연령층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먼로의 소설을 사서 읽었더군요. 특히 10대 청소년층에선 노벨 문학상 발표 이후 책을 구입한 쪽은 몽땅 여성이었고, 남자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단 한 구간, 60대 이상 연령층에서만 유일하게 남자 2.5% 대 여자 1.3%로 남자가 앞섰습니다. 여자의 소설 독서량이 남자에게 앞서는 현상을 지칭하는 '픽션 갭(fiction gap)'이란 말은 그냥 생긴 게 아닙니다.

    독서의 여초(女超) 현상이 소설에만 해당하는 것도 아닙니다. 한 인터넷 서점에서 소설·인문서·실용서 등 모든 책을 대상으로 구매자의 성비를 조사했더니 6대4 정도로 여성이 앞서는 '독서의 성비 불균형'을 보였습니다.

    이런 추세로 가다간 남자는 글 읽는 능력이 퇴화하는 방향으로 역(逆)진화하고 여자가 고등 사고를 담당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괜한 추측이 아닙니다. 여자의 언어 능력이 남자보다 뛰어나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한국언어문화연구원이 2007년부터 올해까지 7년간 국어능력인증시험 성취도를 분석한 결과 여성의 평균 점수는 200점 만점에 138.23점이었고 남성은 134.51점이었습니다.

    찰스 다윈은 갈라파고스 군도(群島)에서 섬마다 다른 먹이에 맞게 부리가 다양하게 진화한 새 핀치를 근거로 진화론을 정립했습니다. 다윈이 환생한다면 독서에 더 많이 노출된 여성의 언어 능력이 환경에 맞게 진화했다고 할 것 같습니다.

    경험적으로도 여성의 언어 능력이 남성에게 앞섭니다. 여자와 말다툼을 벌이다가 현란한 '말발'에 밀려 패퇴해본 남자들은 다 압니다. 남자가 이런 언어 열등을 아들·손자에게 대물림하지 않으려면 '갈라파고스 핀치'의 진화 전략을 써야 합니다. 서점에 자주 가서 책 환경에 맞게 독서력을 끌어올려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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