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묻은 칼을 내게 맡겨라

    입력 : 2013.10.19 03:03

    '나비잠'
    나비잠 | 최제훈 장편 | 문학과지성사 | 372쪽 | 1만3000원

    요셉의 연수원 석차는 482등. 오라는 로펌은 없고, 개업할 형편은 안되고, 사내 변호사로 빠지긴 억울하다. 이게 더 문제다. 재능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욕망조차 일찌감치 접었을 테니까. 천진난만하게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쌕쌕 숨을 몰아쉬는 어린 아이의 잠을 의미하는 제목 '나비잠'은, 그래서 더욱 역설적이다.

    재능이나 학연보다 단지 '피 묻은 칼을 맡길 수 있겠다'라는 신임 때문에 요셉은 작은 로펌의 변호사로 발탁된다. 마법의 콩나무처럼 쑥쑥 잘나가던 요셉이 몰락의 낭떠러지에 내몰린 것은 충동적인 선행 때문. 억울하게 성폭행범으로 내몰린 대리기사의 무료변론에 나섰다가, '피 묻은 칼을 맡길 수 있는 놈이 아니다'라는 판단을 받게 된다.

    소설집 '퀴르발 남작의 성'과 장편 '일곱 개의 고양이 눈'으로 신뢰를 얻은 최제훈(40)의 두 번째 장편. 전작에 비해 흡인력이 한층 강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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