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人間 출입금지 30년… 그곳은 눈물겹도록 시끌벅적하다

    입력 : 2013.11.16 03:02

    자연의 노래를 들어라 표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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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의 노래를 들어라

    버니 크라우스 지음|장호연 옮김
    에이도스|282쪽|1만5000원


    1986년 4월 소련(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 원자력발전소가 녹아내렸다. 사고 지역에는 사람의 발길이 끊겼다. 재앙은 뜻밖의 결과를 낳았다. 인간의 삶이 사라지자 자연이 번성하기 시작했다. 체르노빌 출입금지 구역은 이제 유럽 최고의 야생 생물 서식지로 꼽힌다. 2007년 봄 여기서 채집했다는 녹음은 인간이 망가뜨린 자연의 소리 풍경도 회복될 수 있다는 증거를 들려준다. 웹사이트(thegreatanimalorchestra.com)에 접속하면 9장(章)에서 '풍성한 새벽 합창'을 만날 수 있다.

    생명체는 저마다 소리가 있다. 개미도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을 이 책 읽고 알았다. 개미가 다리에 복부를 비벼대며 "찌륵찌륵" 내는 소리는 저 웹사이트 3장에서 재생된다. "귀뚜르르르~"(귀뚜라미 우는 소리)는 기온에 따라 달라진다. 냉혈동물이라서다. 선선한 데 있는 귀뚜라미가 따뜻한 곳의 귀뚜라미보다 느리게 운다. 울음 소리로 온도를 가늠할 수도 있다. 긴꼬리귀뚜라미의 울음소리를 15초 동안 센 다음 40을 더하면 화씨온도(여기서 30을 빼고 2로 나누면 얼추 섭씨온도)가 된다.

    소리 생태학의 개척자가 쓴 책이다. 사람도 목소리와 말투, 화법이 다르듯이 서식지마다 생물군과 지형이 음향적으로 균형을 이루며 고유한 소리를 빚어낸다. 크라우스는 미국 캘리포니아 어느 숲에서 1988년과 1989년에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소리를 채집했다. 그 1년 사이 선별적 벌목이 있었지만 숲은 겉으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 녹음된 생물음은 사뭇 달랐다. 다양하고 빼곡하게 울어대던 새 소리가 사라졌다. 넉넉함을 잃은 것이다.

    "생물음(生物音)은 서식지 건강검진과 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음 높이와 음량이 따로 있는 자연의 소리 풍경을 헝크는 문명에 대한 경고다. 온갖 생명체들이 내는 목소리가 어울려 강력한 집단의 교향곡을 들려주는 책이다. 지구에서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음악이다. 시끌벅적해서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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