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과 聖이 사랑할 때

    입력 : 2013.11.16 03:02

    향나무 베개를 베고 자는 잠 표지 사진
    구매하기

    향나무 베개를 베고 자는 잠

    김용희 소설집|작가세계 | 268쪽|1만2000원

    마리아가 그녀의 세례명이다. 처녀 잉태의 성모(聖母). 마리아는 집에서 자리 보전하는 남편의 아랫도리를 씻긴다. 젊었을 때 바람나서 가출했다가 풍을 맞고서야 돌아왔기 때문이다. 성당 수녀가 그녀에게 요양원 봉사를 제안한다. 그곳엔 기껏해야 스물일곱까지밖에 살지 못하는 소년이 있다. 자기 몸을 적으로 오인해서 공격한다는 자가면역질환. 하지만 천진하고 해맑은 소년은 마리아를 만나자마자 허리를 안고 볼에 뽀뽀 세례를 퍼붓는다. 무엇인가. 이 감정은.

    활을 떠난 화살은 엉뚱한 과녁으로 날아갔다. 소년의 탐스러운 엉덩이와 허벅지. 성(性)과 성(聖)이, 죄의식과 욕망이 몸을 섞는다. 이야기의 매력보다 강렬한 이미지가 독자를 압도한다. 김용희의 단편 ‘혀를 머금은 혀’다.

    이 작품을 포함해 모두 8편의 단편을 묶은 소설집. 평택대 교수인 저자는 1992년 ‘문학과사회’로 등단한 문학평론가다.

    김환태 평론문학상, 김달진 문학상 등을 받으며 20년 넘게 왕성하게 활동한 중진. 창작에도 열정적이다. 2006년 ‘불교신문’ 신춘문예에 시로 당선했고, 소설은 2009년 ‘작가세계’ 가을호에 단편 ‘꽃을 던지다’로 데뷔했다. 장편 ‘란제리 소녀시대(2009)’를 펴냈고, 이번 책은 첫 소설집. 창작과 비평을 가로지르는 열정이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