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내가 아는 진실, 진짜가 아닐지도 몰라요

    입력 : 2014.03.29 03:01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책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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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황선미 지음|봉현 그림|사계절
    244쪽|1만2800원


    '마당을 나온 암탉'(2002)의 무게가 너무 컸던 걸까. '나쁜 어린이표'(1999)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명작을 내놓지 못했던 황선미가 모처럼 스토리텔러의 내공이 돋보이는 작품을 선보였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다. '진실이라고 믿었던 기억이 오롯이 진실일 수 있는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오십 줄로 들어선 작가가 세상에 던지는 화두다.

    뇌종양으로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강 노인이 주인공이다. 남은 생을 전원에서 조용히 마무리하고 싶었던 그는 어린 시절 살았던 버찌마을 100번지로 들어온다. 산동네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이 저택은 강 노인의 '트라우마'이기도 하다. 이 집 일꾼이었던 아버지는 주인집 딸의 그네를 나무에 매달아주다 떨어지는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엄마 없이 아버지와 살던 아들은 동네 구박 덩이었고, 아버지마저 죽자 외국으로 입양된다.

    다행히 아버지는 아들에게 공부나 경쟁에서 지지 않을 머리를 물려줬다. 오로지 성공을 향해 이 악물고 달린 그는 건설회사 회장 자리에까지 오르고, 유년기의 행복을 송두리째 앗아갔던 이 저택을 복수하는 심정으로 사들인다.

    책 관련 일러스트
    문제는 저택 뒤뜰에 사는 '골칫거리'들이다. 무너진 담장 사이로 이 집을 수시로 들락거리는 동네 꼬맹이들과 주민들 탓에 강 노인은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제멋대로 닭을 키우고 텃밭까지 가꾼다. 참다못한 강 노인은 담장을 고치고 '출입금지'라는 팻말을 높이 세운다. 그럴수록 뒤뜰의 상황은 꼬여만 간다.

    모두가 엉망이 된 건 아니다. 동네 사람들과 티격태격하는 사이 강 노인은 서서히 변해간다. 빈틈없고 냉정한 일중독자였던 그가, 찬찬히 연못 속을 들여다보고 활짝 벌어진 붓꽃에 미소 지으며, 아침 햇살에 졸고 있는 개구리를 흐뭇하게 지켜본다. 이웃들과 한 마디, 두 마디 말문을 트면서는 유년기 아물지 않은 자신의 상처와 정면으로 마주한다. 아버지의 죽음, 자기를 괴롭히던 아이들, 짝사랑한 주인집 딸 송이에 대한 기억이 사실은 엄청난 오해였다는 반전이 이뤄지면서 이야기는 정점을 향한다.

    이 탁월한 이야기꾼 덕분에 독자는 '웃다 울다'를 반복한다. 분노로 가득한 어린 시절 자신을 꼭 빼닮은 상훈이와 극적으로 화해하는 장면에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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