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비스 프레슬리, 변비 때문에 죽었다?

    입력 : 2014.03.29 11:12

    '인화성 물질'인 트림·방귀… 배 터져 진짜 죽은 경우도 있어
    소화기 여정, 재밌는 사례로 소개

    꿀꺽, 한 입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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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꺽, 한 입의 과학

    메리 로치 지음|최가영 옮김|을유문화사
    368쪽|1만5000원


    평생을 실험실에서 보낸 노(老)과학자가 은퇴를 하고는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과학 강연을 다녔다. 과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얼마나 흥미로운지 열성을 다해 얘기했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늘 미지근했다. 낙담한 과학자에게 손자와 함께 온 딸이 말했다. "똥 얘기를 하세요. 방귀도 좋고요."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이라면 무릎을 칠 것이다. 아이는 화장실에서 자기가 눈 똥을 신기한 듯 바라보고 누가 방귀라도 뀌면 자지러지게 웃는다. 아이에게는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모든 것이 다 경이(驚異)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 과학자가 아이들에게 "방귀에 불이 붙을까?"라고 물었다면 세상에서 가장 초롱초롱한 눈들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로치는 우리 몸에 대한 과학 얘기라면 온종일 해도 좋다며 이야기보따리를 풀 수 있을 것이다. 1890년 영국에서 한 젊은 노동자가 새벽에 일어나 시계를 보려고 성냥에 불을 붙였다. 공교롭게도 그 순간 트림이 나와 불이 붙었다. 청년은 얼굴과 입술에 화상을 입고 콧수염도 타버렸다. 방귀나 트림에는 장내 세균이 음식을 소화하고 배출한 인화성 수소와 메탄 성분이 들어 있다.

    1977년 프랑스에서는 장내 가스가 비극적인 죽음마저 불러일으켰다. 의사는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작은 혹, 즉 용종이 보이면 일종의 전기인두로 지져 제거한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전기인두를 작동했다. 그 순간 환자의 몸이 폭발했다. 문제는 관장액에 쓰인 만니톨이었다. 허기진 장내 세균들은 만니톨을 분해해 수소를 마구 만들었다. 의사는 휘발유에 라이터를 켠 셈이다. 다행히 요즘은 관장액에 만니톨을 쓰지 않는다.

    불을 뿜는 남자
    불을 뿜는 남자. 트림이나 방귀에는 장내 세균이 음식을 소화하고 배출한 인화성 수소와 메탄 성분이 들어 있다. /Getty Image/멀티비츠
    불 뿜는 용(龍)도 장내 세균이 만든 전설일지 모른다. 과학자의 추론은 이렇다. 엄청나게 큰 비단뱀이 영양을 통째로 삼켰다. 뱃속에서는 장내 세균의 잔치가 벌어졌다. 사냥꾼이 이 뱀을 잡아 구워 먹으려고 했다. 어느 순간 뱀의 입이 벌어졌고 뱃속에 가득 찬 엄청난 수소가 모닥불로 향했다. 분명히 비단뱀의 입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을 것이다. 실제로 가장 오래된 용의 전설은 지금도 비단뱀이 많이 사는 아프리카와 중국 남부에서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책은 입에서 항문까지 물리적 순서를 충실히 따라가며 소화기관에 얽힌 다양한 과학을 얘기한다. 하지만 건강 실용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아이와 같은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한 뒤죽박죽 여정에 가깝다. 그것도 대부분 꺼리는 '변두리' 과학만 쫓아다녔다. 이런 식이다.

    너무 많이 먹어 말 그대로 '배 터져' 죽었다는 사람들이 있다. 의사는 죽을 만한 것을 먹어서 죽는다고 했다. 이를테면 마약을 삼켰다가 뱃속에서 터지는 바람에 죽은 밀수범이다.

    교도소에는 삼키지 않고 항문으로 집어넣어 죄수에게 금지된 물건을 배달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교도소에서 만난 '항문 택배' 전문가는 배변을 참느라 변비에 자주 걸린다고 '직업병'을 호소한다. 전설의 록가수 엘비스 프레슬리도 변비로 죽었다는데. 저자는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생전 그의 주치의를 찾아간다.

    호기심의 여정은 똥이 다시 몸으로 돌아가는 되돌이표로 끝난다. 대변 미생물 이식 치료(조선일보 2014년 3월 6일자 B10면 기사 참조) 얘기다. 오랜만에 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를 만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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