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이 부자가 될 수는 없다" 존 그리샴이 그린 미국의 민낯

    입력 : 2014.05.1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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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죄나무(전2권)

    존 그리샴 지음|안종설 옮김
    문학수첩|각권 1만2800원

    '세스 후버드는 본인이 약속했던 장소 부근에서 발견되었다. 예상했던 대로의 상태는 아니었다. 그는 1.8m 높이에서 밧줄에 매달린 채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존 그리샴의 최신작 '속죄나무(Sycamore row)'는 자살 현장에서부터 시작한다. 무대는 미국 남부 미시시피주 포드 카운티의 소도시 클랜턴이다. 존 그리샴 애독자라면 기시감(旣視感)에 빠지기 쉽다. 그리샴의 첫 소설 '타임 투 킬'이 전개된 곳이기 때문이다. 그는 소설 '타임 투 킬'에서 흑인 소녀 강간 사건을 맡아 외롭게 싸운 변호사 제이크 브리건스를 그려냈다. 그 변호사가 25년 만에 되돌아왔다.

    '속죄나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일흔 살이 넘은 백인 자산가였다. 그는 2400만달러의 유산 중 90%를 흑인 가정부에게 주라는 자필 유언장을 남겼다. 노인이 가정부를 만난 지 3년이 넘지 않았고 그토록 많은 돈을 건넬 까닭이 없었다. 도시가 벌컥 뒤집혔다. 백인 우월주의가 심한 곳에서 흑인 여성이 하루아침에 갑부가 됐으니 이런저런 억측이 쏟아졌다.

    노인의 자식들은 유산을 되찾으려고 대형 로펌에 일을 맡겼다. 흑인 가정부도 그냥 물러설 수 없었다. '타임 투 킬'의 변호사 제이크가 그녀를 위해 나섰다. 그러나 대형 로펌은 흑인 부자의 탄생을 거부하는 백인 사회의 지원까지 받았다. 인종 차별과 편견에 맞서 홀로 싸움에 나선 제이크로서는 여러 가지로 불리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제이크를 돕는 사람들이 합류하면서 반전의 계기가 쌓여가기 시작했다.

    그리샴은 인종 갈등을 통해 미국 사회의 민얼굴을 드러냈다. 흔히 대중소설로 치부되는 법정 스릴러에 사회성이 높은 주제 의식을 담아 문학성도 높였다. 영어권 언론에선 '존 그리샴의 작품 중 최고'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쉰여덟 살의 그리샴은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냈지만 아마도 이 작품으로 인해 그가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도 "이 소설은 진짜 문학적 사건"이라는 서평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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