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서 삶을 배운 조선 선비들

    입력 : 2014.05.1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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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비가 사랑한 나무

    강판권 지음|한겨레출판|268쪽|1만4000원

    사육신 중 한 명인 성삼문의 무덤 앞에는 후손이 심은 배롱나무가 있다. 여느 사람이라면 무심히 지나칠 이 대목에서, 일찍이 '나무열전'이란 책을 썼던 '생태사학자'인 저자가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 배롱나무에 무슨 꽃이 피는가? 백일홍(百日紅)이다. 붉은 꽃이 백일 동안 핀다는 것을 성삼문은 시로 읊은 적이 있다. 붉다는 것은 단심(丹心), 변하지 않는 일편단심을 말한다.

    '그래, 성삼문은 만고충신이지' 하고 돌아서려는 사람의 옷깃을 저자는 또 붙잡는다. 충(忠)? 그건 결코 신하가 군주에게 충성을 다한다는 류의 낡아 보이는 사상이 아니올시다! '논어'에서 증자는 공자의 사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서 '충서(忠恕)'라 하지 않았는가. '충'이란 군주에 대한 태도이기 이전에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한 올바르고 철저한 태도였다는 것이다.

    아예 '수학(樹學·나무 학문)'이라는 학문 체계까지 만들고 있다는 저자는 이 책에서 퇴계 이황과 매실나무, 우암 송시열과 자귀나무, 매천 황현과 대나무처럼 나무를 매개로 조선 학자들의 삶과 학문을 되짚는다. 은행나무에서 경(敬)을, 살구나무에서 인(仁)을 읽는다. 책을 읽을 때 유념할 점은, 그 모든 이데올로기는 결국 인간이 덧씌운 것일 뿐 나무 스스로가 원한 적은 없었다는 단순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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