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체 건물들, 도시에 들어오려면 입장료 내셔야죠

      입력 : 2014.05.10 10:23

      - 못된 건축
      도시 맥락 배려 안 한 건물들 비판… DDP·트윈트리타워는 좋은 사례로 꼽아
      - 도시를 그리는 건축가
      건축가 김석철의 50년 외길 인생… 예술의전당 등 대형 프로젝트의 뒷얘기

      '못된 건축' 외 표지
      한 달 반 전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개관했을 때 이다지도 사람들이 건축에 관심이 많았던가 싶었다. 건물 디자인을 두고 전에 없는 비평이 쏟아졌는데, 이 토론의 장엔 건축 전문가들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신도시 하나가 뚝딱 만들어져도, 한강 다리가 새로 들어서도, 자기 동네 일이 아니면 무심했던 대중이 반응했다. 건물의 완성도는 차치하고서라도 특정 건물이 일상 대화 주제가 될 정도로 우리 민도(民度)가 높아졌단 사실이 그저 반가웠다.

      70년 전 영국의 윈스턴 처칠은 '우리는 건물을 만들지만, 그 건물이 결국 우리를 만든다(We shape our buildings, thereafter they shape us)' 고 했다. 이제 막 이 말의 의미를 음미하게 된 우리에게 애피타이저 같은 두 권의 건축서가 다가왔다.

      배려 없는 몰염치한 도시 건축

      이경훈 국민대 교수가 쓴 '못된 건축'(푸른숲)은 랜드마크로 기능하는 서울 도심의 주요 건물 10여개를 살펴보며 개별 건축의 공공성을 말한다. 작정하고 저자가 제목으로 내세운 '못된 건축'은 '배려'라는 입장료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고 도시의 일원이 돼 놓고선 도시가 주는 '편의'라는 영양분만 빨아먹는 파렴치한 건물을 지칭한다.

      못된 건축을 지목하는 저자의 태도는 논쟁적일 만큼 거침없다. 이니셜이란 가림막 없이 실명으로 대상 건물을 거론한다. 숭례문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빌딩들을 향해선 "숭례문을 위해 희생하지 않는 패륜적이고 반도시적인 건물"이라고 쓴소리를 내뱉는다. 서울역,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아파트, 이화여대 ECC 등도 그 범주에 포함됐다.

      경복궁 대각선에 있는 트윈트리타워와 그 앞의 동십자각. 이경훈 교수는 트윈트리타워는 동십자각을 위해 스스로 배경으로 물러났고 그 덕에 동십자각의 기와 하나하나와 용마루 잡상이 부각됐다고 말한다.
      경복궁 대각선에 있는 트윈트리타워와 그 앞의 동십자각. 이경훈 교수는 트윈트리타워는 동십자각을 위해 스스로 배경으로 물러났고 그 덕에 동십자각의 기와 하나하나와 용마루 잡상이 부각됐다고 말한다. /푸른숲 제공
      '착한 건축'을 언급하며 못된 건축에 경종을 울리는 방식도 취한다. 경복궁 건너편 트윈트리타워는 "바로 앞 동십자각을 볼 수 있는 시각 통로(view corridor)를 감안해 건물을 둘로 나눠 몸을 낮춘 건물"이라고 평했고, DDP는 "21세기 기술로 역사 도시 서울에 대한 입장권을 지불한 건축"이라고 말한다. 저자 자신이 DDP 자문위원이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좀 떨어질 수 있겠지만 논쟁의 멍석을 깔았다는 측면에선 흥미롭다. 못되고 착한 건축을 구분하는 저자의 잣대는 다소 논란적이다.

      도시를 그려온 건축가

      건축가 김석철(명지대 석좌교수)과 기자 출신 변호사 오효림의 대담집 '도시를 그리는 건축가'(창비)는 여의도·서울대 관악캠퍼스 마스터플랜, 예술의전당 설계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해온 김석철의 인생을 문답 형식으로 부드럽게 풀어냈다. 한 개인의 건축 인생으로 읽는 한국 근현대 건축사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못된 건축'이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해 주는 책이다. 정치와 행정이 깊숙이 개입돼 있던 당시의 건축 환경을 가감 없이 담았으며, 자존심 강한 건축가가 진솔하게 내뱉은 후회와 반성도 덧대져 있다.

      지금 김석철은 아프다. 10여년 동안 암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책 발간 때문에 전화했더니 그는 "마음이 몸을 지키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반쯤 쉰 목소리로 '도시 수출'을 얘기했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건축과 함께하겠다는 노장 의 열정이 책장 깊이 스며들어 자못 숙연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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