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책] 기억을 지우려 狂人수술 받은 소녀

    입력 : 2014.06.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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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인 수술 보고서

    송미경 지음|시공사|132쪽|8000원

    이 책은 연극을 닮았다. 삶의 기억과 망각 사이를 오가는 징검다리 같다. 기억에 기울면 비극, 망각에 기울면 희극이라고 했다. '광기(狂氣) 말기' 진단을 받은 열일곱 살 소녀의 이야기는 희극처럼 다가와 비극으로 변해간다. 그 시절을 짐짓 모른 척했거나 기억에서 지웠던 독자는 아픔을 복기하면서 마음이 착잡해진다. 삶을 비추되 거꾸로 말하는 모순 어법 때문이다.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고등학교를 중퇴한 이연희가 주인공.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보고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것에 집착한다는 이유로 '최초의 광인 수술'을 권유받는다. 지루하지 않은 일이라서 그녀는 동의한다. 수술대가 아닌 책상에 누운 이연희는 도마 위에 놓인 도미 한 마리가 된 기분이다. 그녀 몸에서 초록색 스웨터의 올이 술술 풀려나온다. 뒤엉켰던 과거가 드러나는 것이다.

    동화집 '어떤 아이가'로 기이하고 매혹적인 판타지를 보여준 작가 송미경이 처음으로 청소년 소설에 도전했다. 수술 전후 과정을 기록한 이연희의 보고서에 집도의가 주석을 붙인 형식은 내용만큼이나 실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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