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지식인에게 中華는 곧 文明

    입력 : 2014.06.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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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과 중화

    배우성 지음|돌베개|616쪽|4만원

    조선시대 일어난 전쟁 중 국토가 파괴된 정도는 임진왜란이 가장 컸지만, 조선 지식인에게 끼친 정신적 충격은 병자호란이 더 컸다. 인조는 삼전도에서 청 태종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오랑캐의 힘에 굴복했다. 하지만 조선 지식인들은 이제 조선이야말로 문명의 담지자인 중화(中華)라고 여겼다. 중국과 조선을 무력으로 침략한 청은 문명의 파괴자이자 적대적 타자일 뿐이었다. 그것은 단지 민족적 관념이 아니었다.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은 한반도를 '중원 대륙에 읍(揖)하는 노인의 형상'이라고 했다. 중국에 정성스럽게 사대(事大)하는 모습이란 것이다. 이중환은 조선의 역사가 중국을 침략한 오랑캐와는 다르다는 점에 자부심까지 가졌다.

    반면 최남선은 일제강점기 '택리지'를 출간하면서 이에 대한 언급을 삭제하고, 이중환을 중원대륙에 한 번도 욕심을 내지 않은 무능한 조선왕조를 비판한 인물로 왜곡했다.

    조선 지식인에게 중화는 곧 문명이었다.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자주와 사대라는 이분법을 넘어 고려말부터 한말에 이르기까지 중화 세계관의 궤적을 추적한다. 중원과 함께 조선을 강조한 '천하고금대총편람도' 같은 지도에서 보편 문화의 유일한 계승자로 조선을 파악한 당대 지식인의 인식을 읽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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