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에 빠진 젖가슴을 구하라

    입력 : 2014.12.27 11:10

    가슴 크기에만 집착하는 사이 온갖 크림과 약물에 오염된 모유
    유해환경에 성조숙증·유방암 급증… 캔음료 줄이기 등으로 예방해야

    가슴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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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 이야기|플로렌스 윌리엄스 지음|강석기 옮김|MID|460쪽|1만6000원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유방암 발병률을 낮추기 위해 양쪽 가슴을 잘라낸다는 소식을 듣고 기분이 묘했다. 그녀가 겪었을 유방암에 대한 공포 이상으로, '신이 내린' 그 매혹적인 몸매를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아쉬움도 컸다. 같은 여자도 이런데 남자들이야 말해 무엇하랴. 여전히 가슴은 건강 이전에 섹시한 여성성의 상징이다. 가슴이 클수록 데이트 신청을 더 자주 받고, 히치하이킹에 성공할 확률이 높으며, 여종업원인 경우 팁을 더 많이 받는다는 조사도 있다. 그래서 많은 진화론자는 젖가슴은 공작의 꽁지처럼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 남자의 혼을 쏙 빼놓기 위해 발달해 왔다는 '성(性)선택' 입장에 서 왔다.

    그런데 여기, 두 아이의 엄마이자 저널리스트인 윌리엄스는 젖가슴에 대한 기존 통념에 반기를 든다. "성적(性的) 신호로서 젖가슴의 역할이 가장 크다면, 왜 임신하고 수유할 때 젖가슴이 가장 커지고 탱탱해지는 걸까?" 반문하는 그녀는 "젖가슴은 남자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수유와 아기의 독특한 요구, 즉 생존을 위한 투쟁에서 여성과 아이가 살아남기 위해" 발달하고 진화해 왔다는 '자연선택설'을 지지한다. 동시에 질타한다. 가슴의 크기와 모양에만 집착하지, 젖가슴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관심조차 없는 인간의 무지(無知)가 '젖가슴 잔혹사'를 만들어 왔다고!

    저자가 젖가슴 탐사에 나선 건, 해양포유류와 육상포유류의 신체 조직과 젖에서 산업용 화학물질이 발견됐다는 뉴스를 듣고서다. 온갖 크림과 약물, 보형물로 가슴의 크기만 키우는 사이 진짜 심각한 일이 생기고 있다는 걸 직감한 것이다. 두 아이를 모유로 키우던 저자는 당장 자신의 젖부터 연구소로 보낸다. 아니나 다를까. 유해물질이 높은 수치로 검출됐다. '완벽한 식품(모유)'을 생산해낸다고 믿었던 젖가슴이 '화학물질 칵테일'로 오염돼 있었다.

    실제로 젖가슴 이상 징후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미 나타나고 있다. 가슴의 평균 사이즈가 점점 커지고, 젖이 봉긋 솟아오르는 시기가 빨라지는가 하면, 성조숙증과 유방암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결코 맛보지 못했을 산업 첨가물이 들어 있고, 젖가슴 입장에서는 과거 어느 때도 겪어보지 못한 체험을 하고 있는데도 전문의가 없는 유일한 신체기관"이라는 지적은 아프게 새겨들을 대목이다.

    아기에게 젖을 물린 여인의 모습은 숭고하고 아름답다. 그러나‘완벽한 식품’인 모유를 생산하는 젖가슴이 각종 화학물질로 오염되면서 유방암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MID 제공
    아기에게 젖을 물린 여인의 모습은 숭고하고 아름답다. 그러나‘완벽한 식품’인 모유를 생산하는 젖가슴이 각종 화학물질로 오염되면서 유방암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MID 제공
    전 세계 유방 연구자들을 만나기 위해 미국은 물론 뉴질랜드, 덴마크, 페루까지 날아가고, 자신과 딸의 몸도 기꺼이 실험 대상으로 삼은 저자 덕분에 독자는 침팬지에게는 없는 인간 젖가슴의 기나긴 역사를 비롯해 젖가슴 해부도, 유리공에서 소(牛) 연골에 이르는 보형물 변천사까지 알게 된다. 1962년 최초의 실리콘 유방 확대 수술을 받은 티미 진이라는 여성도 인터뷰한 그녀는 "수술 부위가 딱딱해지는 구형구축과 파열, 아무 감각이 없는 젖꼭지를 갖고도 여성 대다수는 행복해한다"며 씁쓸해한다.

    유방암을 집중적으로 해부한 후반부도 놓치지 말자. 이른 사춘기, 늦은 첫출산, 비만 등이 표준 위험 요인으로 꼽히지만 이 요인들을 중복해 갖고 있는 여성 대다수가 유방암에 걸리지 않는다는 역설도 함께 소개한다. 위험에 빠진 젖가슴을 구하려면 젖가슴과 이를 둘러싼 유해 환경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 요지. 호기심만큼이나 실천력이 뛰어난 저자가 생활 속 화학물질을 퇴치하려는 노력은 따라해볼 만하다. 통알곡과 채소 먹기, 육류 줄이기, 캔음료와 통조림 줄이기, 섬유유연제 안 쓰기, 프탈레이트(환경호르몬)가 함유된 모발 제품 안 쓰기 등. 2012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 100권'에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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