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 고려 이후에 생필품 됐다"

    입력 : 2015.01.12 01:12

    '한국 고대 숟가락 연구' 펴낸 정의도 한국문물연구원장
    숟가락 변천으로 본 생활문화사

    백제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청동숟가락. 왼쪽은 왕, 오른쪽은 왕비의 것으로 추정된다
    백제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청동숟가락. 왼쪽은 왕, 오른쪽은 왕비의 것으로 추정된다. /경인문화사 제공

    고려·조선시대 무덤에서 토기만큼 많이 출토되는 게 숟가락이다. 그런데도 지금껏 학문적 대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매장문화재 전문 조사 기관인 한국문물연구원 정의도(59) 원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도자기나 금관만 중요한가. 숟가락은 우리 식문화를 대표하는 유물인데…."

    그가 최근 펴낸 '한국 고대 숟가락 연구'(경인문화사)는 숟가락으로 살펴본 한반도의 생활 문화사다. 숟가락이 한국에서 언제 등장하고 어떻게 활용·변화되는지 방대하게 보여준다. 숟가락 하나에 천착해 10여년간 집요하게 파헤친 결과물이다.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숟가락 발굴 성과를 샅샅이 훑고 중국과 일본까지 비교 정리했다. 그는 "동북아에서도 한국만큼 숟가락을 음식 문화에서 중시한 문화권은 없다"고 했다.

    "숟가락은 고려 이후 생필품 돼"

    숟가락이 출토된 삼국시대 유적은 희귀하다. 삼국시대 최고(最古)의 숟가락이 출토된 곳은 백제 무령왕릉. 청동 숟가락 3점과 젓가락 2쌍이 확인됐다. 정 원장은 "중국 북위의 숟가락과 비교해도 손색없고 세련된 젓가락까지 출토돼 당시 백제 문화의 국제성과 높은 문화 수준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보다 앞선 시기의 신라 금관총에서 청동제 숟가락 1점과 은제 숟가락 3점이 출토됐지만, 실제 생활에서 쓰인 게 아니라 의례용으로 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 통일신라 유적부터 숟가락 유물 출토가 늘기 시작한다. 안압지에서만 26점의 청동 숟가락이 나왔다. 삼국시대 신라가 청동 숟가락을 거의 사용하지 않다가 통일 후 갑자기 늘어난 이유에 대해 정 원장은 "당과 신라 간 적극적인 문물 교류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숟가락이 생필품이 된 건 고려 이후. 일상에서 광범위하게 숟가락을 사용하고 무덤에도 본격적으로 숟가락을 넣기 시작한다. 정 원장은 "고려가 요나라 등 북방 문화권과 교류하면서 식생활과 부장(副葬) 문화가 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 식생활의 기본 상차림인 '밥과 국' 이원 구조가 확립된 것도 이때다. 정 원장은 "식단에 국이 발달하면서 숟가락이 필수 도구가 됐고 원나라 지배를 겪으면서 13세기 후반엔 식탁의 상징물이 됐다"고 했다.

    고려 땐 휘고, 조선시대부터 납작해져

    시대에 따라 숟가락 모양도 변했다. 고려시대 숟가락은 자루(손잡이)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쌍어(雙魚)형'이 많고, 옆에서 보면 S자 곡선을 이룰 정도로 휘어 있었다. 정 원장은 "쌍어형은 다복(多福)과 다산(多産)의 상징인 물고기를 형상화한 것이고, 고려 때는 밥그릇 깊이가 얕아 떠먹기 쉽도록 숟가락이 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길이는 27㎝ 정도.

    고려 인종 장릉에서 출토된 은제 숟가락과 청동제 젓가락. 숟가락이 곡선을 이룰 정도로 휘어 있다.
    고려 인종 장릉에서 출토된 은제 숟가락과 청동제 젓가락. 숟가락이 곡선을 이룰 정도로 휘어 있다. /경인문화사 제공
    조선 전기에 오면 곡선은 사라지고 술부와 자루가 거의 평평해진다. 길이는 24㎝ 내외로 짧아진다. 조선 전기만 해도 숟가락 모양은 타원형에서 길쭉한 것까지 다양했으나 16세기 중반부터 둥근 술부에 직선의 자루가 더해지는 한 가지 형식으로 통일된다. 정 원장은 이를 성리학의 영향이라고 해석했다. "하나의 기준과 원칙으로 통일하려는 성리학적 세계관이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무덤에 숟가락을 부장하는 풍습은 17세기에 이르러 급격히 사라진다. 조선 후기 무덤에서는 숟가락이 거의 출토되지 않고 상평통보 등 동전만 확인된다. 정 원장은 "장례 풍습 역시 조선 성리학이 사회 전반의 가치 기준으로 정립됨에 따라 '주자가례' 등 유교적 장례 방식이 널리 보급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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