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100대 0과 같은 정답은 없다

    입력 : 2015.04.04 03:00 | 수정 : 2015.04.06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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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수웅·Books 팀장
    여기 새로 나온 두 권의 책이 있습니다. 하나는 사회학 박사 오찬호의 '진격의 대학교'(문학동네). 또 하나는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의 '상상하지 말라'(북스톤)입니다. 언뜻 보면 각각 인문학과 경제 경영 실용서로 보입니다. 대부분은 독자층이 물과 기름처럼 따로 노는 장르죠. 하지만 우리 독자들은 이 두 권을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들었습니다.

    '진격의 대학교'의 부제는 '기업의 노예가 된 한국 대학의 자화상'. 캠퍼스가 아니라 컴퍼니가 된 대학은 점점 무감(無感)을 만들어내고, 영어만 숭배하더니, 돈만 되면 뭐든지 하는 취업사관학교로 굳어지고 있다는 비판이었죠. 엊그제 연세대가 '선착순 수강신청'을 2학기부터 폐지한다고 발표했지만, 이 책에는 국내 여러 대학의 수강신청 폐해가 구체적으로 등장합니다. 심지어 학점 잘 준다고 소문난 '꿀강의'를 '입도선매'한 뒤, 수강 변경 기간 중에 돈을 받고 학생들끼리 거래하는 충격적 사례도 있더군요. 초·중·고 12년을 뉴욕에서 보냈는데 한국에 와서 '영어 초급' 강의를 신청하는 얌체들도 있습니다. A�가 보장되는 강의를 마다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나요. 학생들끼리는 이를 '양민 학살'(영어 능통 학생이 강의실 분위기를 압도하는 풍경)이라 자조하고 있었습니다.

    '상상하지 말라'를 쓴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섣부른 상상과 섣부른 관찰, 섣부른 배려를 하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당신은 선한 의도일지 모르지만, 자칫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거죠. 그는 앞으로 세계 1등이 모든 것을 가지는 승자 독식 구조가 더욱 고착화 될 거라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비정한 비즈니스의 세계죠. 그럴수록 좋아하는 일을 해야 그나마 승산이 있다는 게, 이 빅데이터 전문가의 추천입니다. 데이터가 의미 있어지는 지점은 데이터와 더불어 당신의 애정이 더해질 때라는 거죠.

    우리 삶에서 100대 0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쪽만이 정답인 경우는 없죠. '진격의 대학교'가 보여준 비판의식과, '상상하지 말라'가 지닌 현실 적응력을 균형 감각 있게 추구한다면 어떨까요. 대안 없는 비판은 공허하고, 비판 없는 실천은 맹목일 뿐입니다. 주말, 평균대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 독서 체험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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