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챕터 0, 목차 이전의 '젊은 출판'이란…

    입력 : 2015.08.28 23:02

    어수웅 Books 팀장
    어수웅 Books 팀장
    'Chapter Zero'

    처음에는 무슨 스파이영화 제목인 줄 알았습니다. 불광동의 서울혁신파크에서 6주 연속으로 수요일마다 열리는 대담회 '책의 실험'의 부제입니다. 챕터 0. 목차(目次) 이전의 목차. 원점으로 돌아가 출판의 혁신을 꾀해 보자는 취지겠죠.

    지난 수요일(26일) 밤에 열린 두 번째 대담 현장을 찾았습니다. 협동조합 롤링다이스(www.rollingdice.co.kr) 주최의 이날 대담 제목은 '새로운 방식으로 독자와 접속하기'. 키워드는 마케팅이었습니다. 독특하고 이질적인 패널들이 모였더군요. 책 속의 한 줄로 SNS 마케팅을 왕성하게 펼치는 신생 벤처 기업 레디벅의 김천일 대표, 아마추어도 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화제의 잡지 '메이크(Make)'의 한빛출판사 정희 기획자, 지하철 책읽기 캠페인을 펼치는 북피알의 나영광 대표, 여기에 영화사 무브먼트의 진명현 대표가 한자리에 있었습니다. 3만 관객이 들면 독립영화로는 '1000만 관객'이나 마찬가지라는데, 진 대표는 이 숫자를 훌쩍 넘긴 영화 '족구왕'을 만들었죠.

    사회는 롤링다이스의 제현주 대표. 제 대표는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를 쓴 저자이기도 합니다. 패널이나 사회자를 이렇게 길게 소개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어쩌면 이들은 모두 기존 출판계에서는 낯설고 젊은 이름들이죠. 하지만 제 대표의 책 '내리막 세상…'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주변의 많은 영역에서 우리는 선배들의 숙련(熟鍊)이 무의미해진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출판도 크게 다르지는 않죠. 이 6회의 연속 대담은 이렇게 달라진 출판 현실에서 어떤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젊은 출판인들의 노력이자 시도입니다.

    모두에게 적용 가능한 원칙과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였지만, 취향의 공동체를 바탕으로 한 '작은 출판'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하더군요. 주최 측이 준비한 50개의 의자를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이날 청중들은 계단까지 빈틈없이 채워 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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