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서 이뤄지네… 디지털 시대 속 사랑

    입력 : 2015.08.28 23:03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주창윤 지음|마음의숲|312쪽|1만5000원

    주창윤 시인이 "다양한 '사랑들'을 통해서 사랑의 숭고함과 성찰을 기술할 것"이라며 낸 책이다. 제목은 진부하지만 그 내용은 참신한 데가 있다. 서울여대 영상학부 교수인 시인이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사랑의 변신도 파고들었다. SNS를 비롯한 미디어 네트워크의 발전 덕분에 개인들 사이에 무한한 연결이 가능하지만 정작 개인과 개인 사이의 관계는 '헐거운 연결망'에 의존함으로써 개인과 개인이 멀어지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시인은 "인터넷 사랑이 특별한 것은 오로지 머릿속에서만 발생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인터넷 사랑은 장거리 사랑, 익명이 보장된 사랑, 수없이 파트너를 교체할 수 있는 사랑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사이버 사랑은 육체 없는 사랑을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 공간에서 '따로 하는 섹스(육체와 사랑 없는 섹스)는 '둘이 맺는 섹스'(혼자이면서 둘이 갖는 섹스와 사랑)'의 감정을 확장할 것"이란 얘기다.

    이 책은 사랑의 변화를 서양사 중심으로 되돌아보면서 다양한 사랑의 담론을 제시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사랑은 신과 인간 사랑 사이에 있었고, 중세엔 종교적 의미의 숭고한 사랑과 낭만적 이상화로 나타났다. 근대 이후 사랑은 개인화됐고, 사랑이 자아 실현의 척도가 됐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 이후 개인이 연결의 풍요 속에서 관계의 빈곤을 체감하는 아이러니에 빠지기 쉽다. 그럴수록 사랑의 의미는 더 중요하기에 이 책은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고전적 질문을 다시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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