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나는 결혼해서 집을 구할 수 있을까요?"

    입력 : 2015.08.29 10:25

    베이비붐 키드의 住居 흥망사… 독립가능성, 인포그래픽 제시
    집안 능력에 좌지우지되는 세상… 삶의 새 모델 발명될지에 주목

    확률가족: 아파트 키드의 가족 이야기|박해천 기획|박재현 김형재 엮음|마티|260 쪽|1만6000원

    "목동 집 파는 거야, 설마 파는 거야?" "아, 안 팔았구나."

    디테일 진진한 체험 고백과 인상적인 인포그래픽(시각적 정보)으로 가득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뒤 생각했다. 아파트를 키워드로 쓴 이 세대론은 또래들의 '간증'을 자연스럽게 유발하겠구나. 그리고 그 사적인 '간증'들은 이 세대의 사고방식과 동시대 정치경제적 분석을 위한 훌륭한 토대가 될 수 있겠구나.

    건조하게 요약하면 '확률가족: 아파트 키드의 가족 이야기'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자)의 자녀 세대(1979~1992년 출생자) 16인이 쓴 가족의 주거(住居) 변천사다. 하지만 고해성사하듯 작정한 이들의 증언을 읽다 보면, 마치 '불우한 유년시절'을 서로 털어놓으며 첫 우정을 시작하는 소년의 마음이 된다. 코 흘리던 시절부터 재개발과 재건축의 물결에 휩쓸렸던 지금 청년 세대의 가족 흥망사(興亡史), 중산층의 욕망과 환상이 어떻게 실현되고 좌절해 왔는지에 대한 적나라한 풍속도(風俗圖)가 이 안에 있다.

    '아파트 게임'을 쓴 동양대 박해천 교수가 기획했고, 36세 동갑내기인 그래픽 디자이너 김형재와 건축 전공 프리랜서 작가 박재현이 자신의 인포그래픽과 별도의 분석을 붙였다. 16인의 개별 글이 미시적 차원이라면, 박재현의 글 '제1차 가족계획'과 '제2차 가족계획', 그리고 정보와 숫자를 시각적으로 가공한 김형재의 인포그래픽은 거시적 차원에서 이 세대의 가능성과 한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적나라한 고백이 수반되기에, 필자들은 때로 필명이다. 가령 1959년생 아버지와 1961년생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1988년생 이진우씨의 '갈팡질팡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를 보자. 인천교대 부속초등학교를 다니다 졸업장은 서울 목동 월촌초등학교에서 받은 소년. 소년의 부모는 화장실 없는 월세 4만원 단칸방에서 시작해 24평 아파트 분양의 쾌거를 이뤘다. 거의 매번 '올백'을 맞던 아들의 천재성에 고무된 부모가 인천 아파트를 팔아 서울 목동 전셋집으로 옮기는 모험을 감수했지만, 수학 선행학습을 받아본 적 없던 인천의 천재 소년은 목동에서 지진아 대접을 받을 뿐이었다.


    강남에서 산다고 모두 강남 키드는 아니라는 냉소적 하소연도 있다. 1984년생 미오라는 필명으로 쓴 '당신이 사는 곳이 곧, 당신을 말한다?'는 예외적인 강남 아파트 입성기. 로또보다 어렵다는 반포 자이 재건축 아파트의 시프트 당첨이었다. 자격 조건 만점을 위한 불가능에 가까운 조합. 바로 20년 이상 서울에 살고 있는 50대 세대주이면서도 집을 한 번도 소유한 적이 없으며, 부양가족 수 4인 이상. 여기에 2억3000만원의 전세금을 마련할 수 있으면서 가구 월 소득은 300만원 이하여야 할 것. 미오의 집이 그 바늘구멍을 뚫었다. 미오는 "우리 부모는 강남이 개발되며 쫓겨났다가, 견뎠고, 모른 척했으며, 발버둥쳐야 할 때쯤 그냥 나이가 들어버린 덕분에 당첨될 수 있었다"고 차갑게 말한다.

    '확률가족'이 모두 좌절과 냉소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그 안에는 애니메이션 '미래소년 코난'에 나오는 인더스트리아 삼각탑과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를 포개 놓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던 반포 키드, 자신을 사교육 키드로 규정하는 은마아파트 출신 다큐멘터리 여감독 등 나름대로 윤택한 유년을 보낸 청춘의 이중적 심정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제목으로 쓰인 조어 '확률가족'이 암시하는 것처럼, 이들은 자신들 세대의 성공 확률이 자신의 노력보다는 자신이 속한 '가족'의 능력에 좌우된다고 믿는 듯 보인다.

    주거 문제로 세대를 바라보는 참신한 시선과 생생하다 못해 적나라한 육성들은 이 책이 지닌 보기 드문 미덕이다. 하지만 실제로 예전보다 그 확률이 훨씬 높아졌다고 해서, 개인의 모든 책임을 가족과 계급으로 미루고 도피해버리자는 게 이 책의 의도는 당연히 아닐 것이다.

    이 책의 기획자인 박해천 교수는 이 청년 세대가 가족, 주거, 교육, 소비의 측면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궁금하다고 했다. 아파트와 사교육으로 요약되는 고도 성장기의 중산층 핵가족 모델에서 탈피해 저성장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삶의 모델을 발명해 낼 수 있을까 주목된다는 것이다. '확률 가족'의 2편에서는 그 새로운 모델의 생생한 육성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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