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난 이방인아, 자네는 뭘 사랑하는가?"

    입력 : 2015.09.05 00:28

    파리의 우울 책 사진
    파리의 우울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지음ㅣ황현산
    옮김ㅣ문학동네ㅣ281쪽ㅣ1만3000원


    현대시의 아버지로 꼽히는 보들레르의 산문시집 '파리의 우울'을 황현산 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가 새로 번역했다. 보들레르는 '리듬도 각운도 없이 음악적이며, 혼의 서정적 약동에, 몽상의 파동에, 의식의 소스라침에 적응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유연하고 충분히 거친 어떤 시적인 산문의 기적'을 꿈꾸며 산문시 50편을 썼다. 19세기 파리를 거닐면서 '산문적인 현실에서 발견한 시적인 것'을 기술했다. 보들레르는 파리를 구성하고 있던 병원, 유곽, 공원 등을 거닐며 근대화의 격변 속에서 고독과 우울에 휩싸인 영혼을 노래했다. 시인은 군중 속에서 이방인을 자처했다. 이 시집의 첫 시 '이방인'은 오래도록 회자되고 있다. '그래! 자네는 대관절 무엇을 사랑하는가, 이 별난 이방인아?'라는 질문에 시인은 '구름을 사랑하지요. 흘러가는 저 구름을. 저기, 저, 신기한 구름을!'이라고 대답한 것.

    보들레르의 눈에 파리는 늙은 매춘부와 같았다. '그러나 늙은 팔난봉이 늙은 정부(情婦)에 취하듯,/ 나는 지옥의 매력으로 끊임없이 나를 회춘시키는/ 그 거대한 창녀에 취하고 싶었다'라고 노래했다. '가을날 하루의 끝은 얼마나 폐부를 찌르는가! 아! 괴롭도록 찌르는구나'라고 한 시인의 노래는 때마침 계절의 순환을 맞은 독자의 마음에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킨다. 암 투병 중인 황현산 교수는 번역뿐 아니라 상세한 해설도 달아놓았다. 황 교수는 4만부가량 팔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를 쓴 필력으로 보들레르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비평의 혜안을 번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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