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지금 '골목길 자본주의'가 필요하다

    입력 : 2016.02.06 00:03

    대량생산·소비·폐기의 악순환, 다양한 소상공인 통해 벗어나야
    지역産物 유통하는 자급형 공동체
    "우린 '익명의 소비자'가 아니라 '보존하는 자'로 역할 바뀌는 중"

    고양이 마을로 돌아가다 책 사진

    고양이 마을로 돌아가다

    히라카와 가쓰미 지음|남도현 옮김
    이숲 | 160쪽|1만3000원




    작은 것은 가능하다 책 사진

    작은 것은 가능하다

    라일 에스틸 지음|황승미 옮김
    텍스트 | 300쪽|1만3000원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발생했을 때, 미국 금융기관들의 잘못으로 발생한 위기는 순식간에 세계 각국의 중산층을 불행에 빠트렸다. 반면 위기의 진원지인 월가 은행들은 대규모 구제 금융을 받아 살아났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스타벅스, 인터넷, 스마트폰은 전(全) 지구적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균일화시켰다. 동시에 위기에 매우 취약한 세상을 만들어 냈다. 삶의 다양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량생산 체제는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되어도 끊임없이 뭔가를 만들어낸다. 생산량을 조절하지 못하고 과잉생산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생태계의 보존을 위해 만들어진 '생물 다양성 협약'처럼, 경제도 다양성을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 여기 작은 공동체에서 대안을 찾는 움직임들을 소개한다.

    일본의 사회비평가 히라카와 가쓰미의 '고양이 마을로 돌아가다'는 한국인들이 얼마전까지 넋 놓고 봤던 TV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골목길처럼 따뜻한 자본주의를 되살려 보고자 한다. 원제 역시 '골목길 자본주의'. 저자는 거리에서 다방이 사라진 자리에 커피 전문점이 들어서고, 동네 골목 어귀의 시장 대신 편의점이 자리를 채우면서 뭔가 잘못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편의점이 출현하면서 우리는 돈만 있으면 혼자서도 살 수 있는 편리함을 얻었다. 그러나 돈이 없다면 편의점은 우리와 완전히 무관한 공간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왼쪽 큰 사진은 일본 도쿄 외곽의 한 골목길 풍경. 저자들은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으로 균일화된 삶이 아니라 마을 단위의 작은 경제공동체가 우리 삶을 더욱 다양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한다. 오른쪽 위 사진은 미국 채텀마을 전용 화폐, 그 아래는 지역에서 생산된 식료품 전용 상점의 진열대. /이숲·텍스트 제공

    그곳엔 사람이 없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인터넷 게시판이 제공하는 익명(匿名)의 공간에서 사람들의 언어가 극악스러워지듯,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지배하는 도시에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는 익명성을 통해 극단화된다. 그들은 기호이자 수치에 불과하다. "소비자는 계산대에서 판매자와 얼굴을 마주 볼 필요도 없다. 얼굴과 이름을 불가피하게 드러내는 경우는 소위 '진상 손님'(블랙 컨슈머)이 될 때밖에 없다"는 저자의 통찰에는 동의할 수 밖에 없다.

    스스로 크고 높고 근사한 도심의 사무실을 버리고 변두리 골목길에 다방을 열면서 소상공인의 길에 접어든 저자는 골목 체험을 바탕으로 '공중목욕탕'이라는 은유적 해답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공중목욕탕은 공용 물건을 소중히 사용하고, 욕조의 물이 넘치지 않도록 각자 조심하고, 남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욕조에 수건을 갖고 들어가지 않는 규칙이 자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인간이 환경과 맺는 이런 식의 관계야말로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 경제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길이라는 것이다.

    일본 저자와 달리 미국 저자는 실천적인 해답을 내놓는다. '작은 것은 가능하다'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채텀카운티에서 실재하는 자급자족 생활공동체의 기록이다. 칠면조 튀김을 즐겨 요리하던 저자는 남은 기름을 어떻게 재활용할까 고민하다 뒷마당에 폐식용유를 이용한 바이오 디젤 공장을 차렸고, 현재는 이 회사의 부사장이 되어 연간 100만 갤런 이상의 디젤을 생산하고 있다. 이웃에는 스스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이를 통해 자립한 사람들이 모여 산다. 그렇게 금속 세공사에서 지역 요가 강사로 변신하는 이웃이 나오고,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만 판매하는 수퍼마켓 주인이 나왔다. 금융권 출신들은 지역에서 유통하는 화폐를 만들어 일종의 은행 역할을 한다.

    이들이 사는 방식은 일부 환경운동가나 좌파 운동권과 달리 교조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몇 년 전 이 지역에선 골프 코스 만들기가 유행했다. 이는 생활 오수(汚水)를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오염된 물을 강에 바로 버리지 않고 골프장의 워터 해저드에 모아두는 것이 친환경적이라는 생각에 집 주변에 공동으로 골프 코스를 만드는 '골프 코스 커뮤니티'가 생겨난 것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이제는 '소비하는 자'에서 '보존하는 자'로 자아상을 바꾸라"고 권한다. 이런 생활 방식이 경제적 부를 추구하는 것과 배치되지도 않는다. 저자는 한때 IT 기업을 운영하던 기업인이었고, 지금은 바이오 디젤 생산 경험을 컨설팅하며 돈을 벌고 있다.

    이 두 권의 책은 국내에서 지난해 출간된 '반농반X의 삶'(더숲) '시골생활'(문학과지성사) 등의 책과 궤를 같이한다. 귀농·귀촌을 다룬 이런 류의 책 구매자의 66%가 30~40대였다는 통계도 있다. 이는 우리 사회에도 작은 변화가 시작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