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아킬레우스는 과거 그리스의 '해적'이었을지도…"

    입력 : 2016.02.06 00:26

    '인문학의 뿌리를 읽다' 쓴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인생이 외로운 건 평생을 두고 읽을 고전이 한 권도 없기 때문이다."

    김헌(51·사진)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는 '그리스 로마 신화' 강의 시간이면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들려준다. 김 교수는 '고전에서 마음에 드는 문구를 찾아서 그 구절을 질문으로 바꿔본 뒤 스스로 의견을 쓰라'는 과제물도 한 학기에 4~5차례씩 내준다. 김 교수는 "학생들의 재치 있고 참신한 답변을 볼 때마다 '고전은 시간의 거센 흐름을 견뎌내는 뚝심이 있다'는 걸 믿게 된다"고 말했다.

    김헌 교수 사진
    /박상훈 기자
    김 교수가 최근 '인문학의 뿌리를 읽다'(이와우)를 펴냈다. 그리스·로마 신화와 고전에서 42가지 주제를 골라서 마치 대화라도 나누듯이 친절하게 풀이했다. 신화에 등장하는 '운명의 힘'에 대한 대목에서는 노사연의 히트곡 '만남' 가운데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람이었어"라는 노랫말로 풀어간다.

    그의 신화와 고전 해석은 '훈고학적'인 뜻풀이에 그치지 않는다. 10년간 지속됐다는 트로이 전쟁의 진실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사실은 그리스인들이 소아시아에서 간헐적으로 저지른 일련의 해적 활동을 확대 해석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천하의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도 '해적'에 불과했다는 것일까. 김 교수는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기록에 따르면 트로이 전쟁은 호메로스의 현란한 시어로 과장됐으며, 당시 규모는 해적들의 원정 활동보다 조금 더 큰 정도에 지나지 않았으리라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솝 우화의 '토끼와 거북이'에 대해서도 "승리를 거둘 수 없는 보통 사람들을 비참한 패배가 뻔한 게임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현혹의 우화"라면서 경계한다. '흙수저' 거북이가 '금수저' 토끼에게 승리를 거둘 확률은 애당초 희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우화를 어떻게 재해석하면 좋을까. 김 교수는 "거꾸로 거북이의 입장에서 절대 강자와 경쟁하려면 주도면밀한 전략과 대비가 필수적이라는 의미로 재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전은 우리의 새로운 상상력을 기다리는 '밑판'과도 같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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