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수 출협회장 "완전 도서정가제 도입되면 전국 서점 회생"

  • 뉴시스

    입력 : 2016.05.02 10:27

    "도서정가제가 출판계의 향방을 정한다. 완전 도서정가제가 도입된다면 전국 방방곡곡에 서점이 살아나고, 10년 안에 굉장한 부흥기를 맞이할 것이다."

    고영수(67)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은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출판계를 살릴 궁극적인 해법으로 '완전 도서정가제'를 내놨다.

    지난달 중순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한 '파리도서전'을 보면서 의지도 더 깊어졌다.

    프랑스는 도서정가제가 잘 정착된 나라다. 프랑스 정부는 1981년 중소서점을 지키기 위해 도서를 정가에 판매하고 할인 판매를 금지하는 랑 법을 제정했다.

    고 회장은 "오드레 아줄레(44)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프랑스에게 문화는 심장이고, 그 중심에 책이 있다'고 말했다"며 "프랑스 정부는 도서정가제를 통해서 시장의 안정화를 꾀했다. 지난 40년 동안 프랑스는 도서시장을 굉장히 안정적으로 운영해왔기 때문에 독서하는 문화가 자연스러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1990년만 해도 비교적 지켜졌던 도서정가제가 2000년 IMF 이후 인터넷서점에는 특혜를 주고, 온라인 서점은 정가를 지키도록 했다. 프랑스 정부의 정책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간 것이다."

    고 회장은 "그 결과 인터넷서점이 수천억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전국에 있는 지역서점들은 모두 사라졌다. 당시 7000여 개였던 서점이 지금은 1500여 개만이 남았을 정도"라면서 "몇 그루의 나무를 살리기 위해 숲을 불태워버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책을 만들어도 독자들을 만날 수가 없다. 책을 읽어야 된다는 의식조차 없어진 사회가 됐다. 완전 도서정가제를 도입해 출판계를 살려야 할 때다."

    그는 "이번 파리도서전에서 오드레 아줄레 장관의 이야기를 들으며 '책은 시장원리에 의해서 싸게 팔고 싸게 사는 게 적합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프랑스 도서전에서는 어느 출판사든 할인을 하는 사람도, 깎아서 사겠다는 사람도 없었다. 정가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2년 후 완전 도서정가제로 가는 과정까지 우리나라 출판계는 가장 어두운 새벽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바른 독서정책을 세우고, 그 바탕 위에 완전 도서정가제를 통해서 시장 안정을 꾀하고 지역서점을 통해서 책을 만나는 접점을 많이 만들고,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는 습관을 갖게 해주면 출판계의 여러 현안들이 쉽게 해결될 것이다. 이 같은 기본이 안 되어 있으면 모든 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파리 도서전을 통해 어떻게 하면 독서문화를 확산시킬지에 대해 배웠다. 밤 10시까지 도서전 현장으로 물밀듯이 들어오는 프랑스인들을 보면서 '책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국민'이라는 것을 느꼈다."

    -파리도서전은 한국 출판계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한국 출판이 세계로 나아가려면 출판계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가 출판에 있어서 선진국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미흡한 면이 있다. 하지만 이번 파리 도서전에서도 보았듯이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의 많은 사람들이 우리 책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당시 현장에서 한국의 전시 도서를 판매할 수 있는 '서점 공간' 부스가 프랑스의 대표서점인 지베르 조제프의 위탁 판매로 운영됐다. 우리 부스에서 불어로 번역된 한국도서와 한국어 발행도서가 전시 기간 중에 1만 5000여 권이나 판매됐다. 프랑스 국민들이 우리문학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출판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좋은 콘텐츠가 많이 개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제 출판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규모있는 출판사가 많아져야 한다. 또 중요한 것은 번역이다. 우리 문학을 알리는 데 있어서는 번역이 잘 되어야 영어, 프랑스어 등 다른 언어권에서 우리 책을 볼 수가 있다. 또 우리 문학과 문화를 알리는 홍보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해마다 독서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없을까. 협회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우리 국민들이 책을 점점 안 읽는 것은 스마트폰 영향도 있겠지만, 책을 쉽게 만나야 하는데 그러한 접점이 없다. 사실 책은 충동구매가 높은 상품이다. 서점에 가면 책을 한 권만 딱 사고 나오는 게 아니라 아내·손자 등에게 줄 선물도 사게 된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5시에 출판문화협회 4층 강당에서 삼청동 북 콘서트를 무료로 열고 있다. 지금은 도서전에 올인하고 있지만, 상황에 맞춰 독서문화를 증진시키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실행해 나갈 계획이다.”

    -서울국제도서전이 6월15~19일 강남 코엑스(COEX)에서 열린다.

    "아주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도서 정가제 시행으로 할인 판매가 안 되다보니 출판사들이 창고 재고를 정리한다든지 목돈을 마련하는 계기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서 출판사들의 참여가 약한데, 앞으로 많이 참여할 것이라 생각한다."

    -개정 도서정가제를 시행한지 1년 6개월 정도가 됐는데, 여전히 시장 상황은 혼란스러운 것 같다.

    "지역서점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은 책과의 접점을 늘려준다는 것이다. 지역에 서점이 없으면 책을 읽을 수도 없다. 도서정가제를 통해서 전국의 커피숍만큼이나 서점이 많이 생겨날 수 있도록 서점의 이윤을 확보해 주고, 서점을 부흥시키면 서점과 함께 출판도 활성화된다. 도서정가제와 함께 수능시험이 문제다. 우리 수능제도는 몇 개 맞췄는가 등으로 인생의 희로애락이 바뀌는데, 프랑스는 그렇지 않다. 정답이 없다. 채점을 할 때 기승전결을 본다든지 문장의 구성이나 자기표현을 했는지를 본다. 사고하는 습관을 키우는 시험 제도이다. 우리 사회는 초등학교 때 가졌던 독서문화가 중·고등학교 때 완전히 단절되는 구조다. 어떻게 보면 잘 찍어서 맞추는 기회주의적이고, 암기 위주의 공부다. 서로 토론하는 공부로 전환되지 않으면 어렵다."

    -종이책 시장이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종이책 시장은 영원하다. 어떤 면에서 보면 전자책으로 가면서 이점도 있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결합에 의해 상승효과를 이뤄낸다. 종이책을 읽는 것은 책을 읽는 습관을 일탈시키지 않는 것이다. 책을 통해 지식을 얻을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성숙함을 갖게 된다. 종이책이 사양산업이라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오히려 출판을 첨단산업으로 여겨야 된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제48대 회장으로 취임한지 어느덧 2년이 넘었다. 소회가 어떤지 궁금하다.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지만, 회장이 된 해에 과도한 덤핑이 횡행하는 등 시장이 너무 혼란스러웠다. 그 와중에 부분적으로나마 도서정가제를 도입시켰다. 새벽과 같은 때인 지금을 잘 넘어가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아주 밝다고 생각한다. 어둠을 뚫고 나가고 있는 것이니 출판사들에게 함께 이겨나가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협회장으로서의 목표는 협회 회원사들이 잘 되는 것이다."

    -어떤 종류의 책을 좋아하는지.

    "다독하는 편이다. 직업상 책을 내기 위해서 원고도 많이 읽고, 서점에 가서 출판된 다른 책들도 많이 본다. 보통 다양한 서적을 보는데, 최근 들어 행복을 주제로 한 책들을 많이 읽었다. 우리의 삶의 목표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있다."

    -협회장으로서의 바람은.

    "2년 후에 완전 도서정가제가 실시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우리 출판계가 더욱 단합됐으면 좋겠다. 완전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서점의 이윤이 높아지고 출판계도 활성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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