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아이 독서 지도, 스파르타式으로!

  •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입력 : 2016.06.17 13:40

    [남정욱의 명랑笑說]
    책 읽는 건 습관 아닌 훈련
    빠르게 읽기 반복하며 글자 먼저 눈에 익히고
    뜻 이해는 그다음…
    때로는 매도 들어야

    얼마 전 이 신문에서 '읽기 혁명'이라는 기사를 연재했다. 더 읽어야 더 잘살고 하루 15분은 꼭 책을 읽어주라는 등 좋은 얘기 참 많이 했지만 아쉬운 게 하나 있다. 책을 읽는 주체인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 있었다. 아이들에게 책을 주고 경과를 보시라. 몇 장 넘겨보다가 그걸로 끝이다. 글자를 익힌 아이들은 한두 페이지 읽기도 하지만 역시 잠깐이다. 아이들이 책을 던져 버리는 이유는 책이 재미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이 재미없는 건 책을 느리게 읽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이 신문의 제호를 '조·선·일·보'라고 한 글자씩 끊어 읽지 않는다. 그냥 한숨에 '조선일보'라고 읽는다. 한 글자씩 읽으면 독서는 영원히 이어지는 의미 없는 글자 읽기의 반복이다. 이게 재미있을 리가 없다. 아이들이 책에 질리는 건 그 안에서 글자만 보고 정작 중요한 '이야기'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을 책 안의 재미있는 이야기 속으로 끌고 들어와야 한다.

    아이 독서 지도, 스파르타式으로!
    아이들에게 책 읽는 습관만 들이면 나중에는 알아서 독서를 하게 된다고들 한다. 틀린 말이다. 책을 읽는 건 '습관'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독서가 생각의 근력을 키우는 데 최고인 건 사실이지만 그전에 눈에 '근육'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처음부터 마라톤 전 코스를 다 뛰는 선수는 없다. 조금씩 다리에 근육을 붙여 나가야 한다. 그래야 '러너스 하이'(달리면서 느끼는 환희)를 경험할 수 있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최소 6개월은 피눈물을 흘려야 '리더스 하이'(읽는 즐거움)가 찾아온다. 아이가 100쪽짜리 동화책을 보고 있다고 치자. 하루 종일 느릿느릿 읽어봐야 본 것은 글자뿐이다. 이걸 세 시간 내외로 단축시켜야 한다. 일단 소리 내서 크게 읽힌다. 서너 번 반복하면 속도가 빨라진다. 전에 읽은 문장이 기억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진짜로 피눈물을 흘린다. 눈이 아파 몸을 꼬고 난리가 난다. 이때 안쓰럽다고 빨리 읽기 훈련을 중단하면 당신은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거다. 매를 들어서라도 그 시기를 넘겨야 한다. 열 번 정도 읽고 시간이 단축되면 그때부터 아이가 묻기 시작한다. 이 말은 무슨 뜻이야? 이 단어는 무슨 뜻이야? 나름대로 전체 구조를 파악했다는 얘기다. 디테일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책 전체가 다 재미있을 수는 없다. 아이가 자기가 좋아하는 챕터를 찾아 읽기 시작하면 일단 성공이다. 이쯤에서 다른 책으로 갈아탄다. 그리고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분명 또 운다. 또 매를 잡으시라. 세 시간 동안 아이가 웅얼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은 고역이다. 부모님들도 그 시간 동안 뭐든 하시라. 뭐가 돼도 된다. 한석봉 어머니가 떡 썰기의 달인이 된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혹시 그 경험으로 아이가 부모를 싫어하면 어떻게 해요? 우려하실 분 있겠다. 간단하다. 부모를 미워하는 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책을 사주면 된다. 대리만족으로 읽고 또 읽는다. 현재 직업의 3분의 1이 사라진 세상에서 살아야 할 아이들이다. 배운 것이 몽땅 쓰레기통으로 처박힐지도 모르는 세상에서 살아야 할 아이들이다. 확실한 거 하나는 손에 쥐여줘야 두고 갈 때 마음이 가볍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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