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회사원… 밤엔 인기 작가… 나도 등단할래요

    입력 : 2016.07.08 00:16

    [웹소설가 지망생이 늘어난다]

    웹소설 대세 되며 전문 아카데미 생겨
    등단 후 연재작 인기 끌면 종이책 출간, 드라마·영화화
    취미·부업 삼는 일반인도 많아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웹소설 전문 포털 '북팔'의 사무실. 80㎡(약 24평) 남짓한 강의실에서 웹소설 작가 지망생 10명이 윤혜란 작가의 '웹소설 시놉시스의 기초' 수업을 듣고 있었다. 이들은 작가, 대학교수, 출판사 편집장 등으로 구성된 5인의 심사위원이 지원자 500여명의 시놉시스를 한 달간 평가해 최종 선발한 웹소설 문하생(門下生)들이다. 유명 문인의 집에서 먹고 자며 원고지와 씨름하던 과거 문하생과 달리, 이들은 노트북 앞에서 모바일 플랫폼에 맞춤한 짧은 소설 쓰기를 연습했다. 윤 작가는 "웹소설 작가 지망생이 늘어나 전문 아카데미를 기획했다"며 "6개월간 문하생들의 습작(習作)을 검토해 두각을 나타낸 2~3명을 추려 웹소설 전문 작가로 등단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웹소설이 대세가 되면서 등단(登壇)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 웹소설'에 고정 원고료를 받고 활동하는 정식 연재 작가는 160여명이다. 정식 연재 작품 197편 중 64편은 종이 책으로 출간됐고, 박보검·김유정 주연의 KBS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처럼 드라마·영화화를 앞둔 작품도 11편에 이른다. 네이버는 정식 연재 외에 회원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는 '챌린지리그', 챌린지리그에서 독자의 지지와 성원을 받은 작품을 따로 선별한 '베스트리그'를 운영한다. 한 달 평균 '챌린지리그'에 올라오는 9000여편의 웹소설 중 '베스트리그'로 승격되는 작품은 50~60편 선이다. 이 작품들에서 독자가 돈을 내는 유료화가 발생한다. '백작과의 기묘한 산책'을 쓴 유세라(25) 작가는 "톡톡 튀고, 가볍게 치고 빠지는 웹소설만의 문법으로 트렌디한 작품을 써내는 것이 등단의 관건"이라고 했다.

    낮엔 회사원… 밤엔 인기 작가… 나도 등단할래요
    /박상훈 기자
    신춘문예에서 수상하거나 문예지 등 출판물에 작품을 발표해 문학계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고전적 의미의 등단이라면, 웹소설계에서 '등단'은 '독자의 지갑을 열었다'는 뜻이다. 북팔·조아라 등 웹소설 전문 포털은 통상 작품의 5~6회분을 무료로 연재한 뒤 작가가 유료 전환 여부를 결정한다. 팬덤(Fandom)이 형성돼 유료화에 성공하면 작품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북팔 김형석 대표는 "전체 웹소설 중 1%도 못 미치는 유료화에 성공했다면 이를 등단으로 본다"고 했다.

    작가들의 주머니 사정도 나아졌다. 편당 200~300원 하는 '다음화 미리보기' 등 유료서비스가 개발돼 원고료 이외의 부가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에 '허니허니 웨딩'을 연재하는 노승아 작가는 이 서비스로만 한 달에 1억원을 번다. '조아라'는 창작 활동 지원차 상위 랭킹 120명의 작가에게 월 100만원의 수익을 보장하는 '120-100' 프로젝트를 2년째 시행하고 있다. 조아라 이수희 대표는 "수익 창구가 종이 출판물에 국한됐던 2000년대 초반과 달리 모바일 플랫폼이 구축되고 수익 모델도 다양해지면서 이를 업(業)으로 삼고자 하는 작가 지망생도 늘어가는 추세"라고 했다.

    웹소설은 로맨스·무협 등 장르소설에 관심 있던 일반인이 취미나 부업(副業) 삼아 집필하는 경우가 많다. 챌린지리그에 '원하는 건 너 하나'를 연재하고 정식 계약을 맺은 달콤제이(32) 작가는 무역회사 사원이다. 낮엔 평범한 직장인으로, 밤엔 인기 로맨스소설 작가로 활동한다. 달콤제이는 "그저 취미에 불과했던 로맨스 소설 쓰기가 어느 순간 또 하나의 직업이 됐다"고 했다. 장소원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모바일 문법을 따르는 장르 문학의 확대뿐만 아니라 종이 출판물의 열세로 인한 기존 작가들의 모바일 시장 유입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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