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패션에 어수룩한 말투… 그래서 더 사랑스럽다, 아저씨

    입력 : 2016.12.14 00:04

    [日 베스트셀러 '아저씨 도감' 쓴 나카무라 루미가 본 아저씨像]

    4년간 전국 돌며 500명 관찰, 48가지 유형으로 나눠 그려
    日 출간 직후 10만부 판매 "한국 아저씨도 그려보고 싶어"

    나카무라 루미
    퀴퀴한 냄새가 나면 가장 먼저 의심받는다. 반바지 차림에 신은 긴 양말처럼, 어째 좀 부자연스럽다. 그러나 중학생용 체육복을 입고도 당당히 도로를 활보하며, 거기 갖춰 신은 구두처럼 무시 못 할 저력을 뿜어낸다. 아저씨. "보통 '아저씨'라고 하면 좋은 이미지는 아니죠. 그래도 저는 맘에 들어요. 연애 상대까진 아니어도 호의적이에요. 거리에 많으니 친근하고, 알아보기도 쉽잖아요." 이 여자, 정체가?

    최근 국내 출간된 '아저씨 도감'의 저자, 일러스트레이터 나카무라 루미(36·사진)씨와 이메일로 만났다. 자칭 타칭 '아저씨 덕후'인 이 일본 여자는 4년간 도쿄와 오사카·나고야 등 전국을 떠돌며 아저씨 500명의 사진을 찍고, 48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그림으로 옮겼다. "고등학교 시절 미술 선생님 개인전시회에서 만난 아저씨 화가들 덕에 시야가 바뀌었다"고 했다. "성격이 완벽하게 다르면서도 서로 편안하게 어울리는 그 분위기에 왠지 두근거렸어요." 그냥 '아저씨'로 통칭되던 군상(群像)이 구체적 존재로 바뀐 순간이었다. "생각해 보면 아저씨는 헌책방, 오래된 찻집, 선술집 어디에나 잘 어울리잖아요." 그는 깨달았다. "아저씨는 그림이 되는구나!"

    이후 아저씨 그리기가 취미가 됐다. 무사시노 미술 대학 졸업 작품도 아저씨 일러스트 연작이었다. 미대 동창이자 출판사 식물도감 편집자였던 친구가 "네 취향을 살려 아저씨로만 이뤄진 도감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고, 이후 본격적인 아저씨 스케치가 시작됐다. "야마노테센(우리나라로 치면 지하철 2호선 정도)을 타면 여러 유형의 아저씨를 볼 수 있어요. 평범한 양복 아저씨부터 발랄하고, 피로하고, 어수룩한 아저씨까지요." "담배는 남에게 얻어 피우는 게 맛있다"거나 "씹는 게 귀찮아 폭신폭신한 음식이 좋다" 같은 안분지족의 경지에 이른 자들의 그림과 미니 인터뷰가 담긴 이 책은 2012년 출간 직후 10만부가 팔려나가며 그해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도쿄 야마노테센 전철 안에서 아저씨가 아저씨의 스포츠 신문을 엿본다.
    도쿄 야마노테센 전철 안에서 아저씨가 아저씨의 스포츠 신문을 엿본다. 불편한 자세인데도 목을 뒤로 쭉 뽑아 가까스로 읽는다. 옆 아저씨는 이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다. 왼쪽 작은 그림은 미타센 전철 안에서 졸고 있는 아저씨. /윌북
    '아저씨 덕후'에게도 어쩐지 싫은 아저씨는 있기 마련. "입을 뻐끔거리면서 이상한 음향 효과를 내거나 양치질 중에 웩웩거릴 땐 아저씨 특유의 소리가 나 견디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특히 까다로운 관찰 대상은 노숙자. "대부분 언짢은 표정이라 말을 걸 분위기가 아니죠. 그래서 '사랑의 밥차' 봉사 활동을 하기도 했어요." 탐구 활동을 위해 아저씨 록 밴드 페스티벌에 간 적도 있다. 거기 뜻밖의 젊은이들이 있었다. 아저씨들의 가족. 잊고 있었으나, 아저씨는 누군가의 아버지였다. "저희 아버지는 무뚝뚝하신 편이에요. 그래도 제게 '이런 아저씨가 있더라'면서 별난 친구나 친척을 소개해주시곤 했죠."

    상대방에게 앞으로 고꾸라질 정도로 인사하는 아저씨를 그린 뒤 '오랜 세월 성실히 인사를 계속해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며 고개 숙이는 이 여자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아저씨는 사소한 일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거의 강제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파워로 어쨌거나 앞으로 나아간다.' 아저씨 관찰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엔 한 여성지에 '아저씨 추적 일기'를 연재하고 있다. "세계 여행기를 쓸 예정입니다. 얼마간 한국에 살면서 한국 아저씨도 꼭 그려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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