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앱 수명이 30일인 세상… 우린 늘 '새내기'다

    입력 : 2017.01.06 23:24

    '와이어드' 전설적 편집장 켈리
    Becoming·Flowing·Sharing… 미래 기술의 12가지 법칙 제시

    변화 그 자체가 삶의 조건인 시대, 새 기술 등장은 이제 시작일 뿐
    "지금이 시작하기 가장 좋은 때"

    '인에비터블'
    인에비터블|케빈 켈리 지음|이한음 옮김|청림출판|460쪽|1만8000원

    Inevitable. 사전적 의미는 '피할 수 없는'이다. 무엇을 피할 수 없다는 건가. '인에비터블'의 부제는 우리의 미래를 구성하게 될 12가지 기술적 흐름 혹은 법칙 이해하기. 미래 전망에 대해 폭포수처럼 많은 책이 쏟아지는 요즘, 그 대부분은 약장수와 예언자 사이에 비스듬히 서 있다. 설탕물로 들통나곤 하는 만병통치약과 사기로 판명되곤 하는 거짓 예언들이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12'라는 숫자까지 특정하고 있는 '인에비터블'은, 조금 심하게 약을 팔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흥미롭게도 '인에비터블'의 미덕(美德)은 절대 틀리지 않을 예언이라는 데 있다. 이유는 간명하다. 30년 뒤의 어떤 상품·상표·기술·기업 이름을 계시하는 게 아니라, 바뀌지 않을 흐름과 추세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에비터블'의 저자는 새로운 기술이 정치·경제·문화에 끼치는 영향을 경쾌한 언어로 풀어내며 명성을 구축해온 잡지 '와이어드'(Wired)의 공동 창업자이자 1993년 창간 이래 첫 7년 내리 편집장이었던 케빈 켈리(65). 뉴욕타임스가 '위대한 사상가'라고 불렀던 이 전설적 편집장의 12가지 열쇳말은 이렇게 요약된다. ①새로운 무언가로 되어가기(Becoming) ②인공지능이 사람처럼 인지화하다(Cognifying) ③고정된 것에서 유동적인 것으로 흐르다(Flowing) ④현재는 읽지만 미래는 화면을 본다(Screening) ⑤소유하지 않고 접근하다(Accessing) ⑥나만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공유하다(Sharing) ⑦나를 나답게 만들기 위해 걸러내다(Filtering) ⑧섞일 수 없는 것을 뒤섞다(Remixing) ⑨사람에게 하듯 사물과 상호작용하다(Interacting) ⑩측정하고 기록해 흐름을 추적하다(Tracking) ⑪가치를 만들어낼 무언가를 질문하다(Questioning) ⑫오늘과 다른 새로운 미래를 시작하다(Beginning).

    어찌 보면 모호하고 추상적인 법칙들. 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미덕이지만, 동시에 한계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가능한 가장 정직한 예측은 결국 본질과 추세에 집중하는 게 아닐까. 켈리의 설명을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이 12가지 흐름이야말로 앞으로의 30년을 지배할 '피할 수 없는 법칙'이라는 데 동의하게 된다.

    진정한 AI는 독립된 수퍼컴퓨터가 아니라 10억 개가 넘는 컴퓨터 칩으로 이루어진 초유기체로 탄생하며 인간과 상호의존한다는 게 켈리의 전망이다.
    진정한 AI는 독립된 수퍼컴퓨터가 아니라 10억 개가 넘는 컴퓨터 칩으로 이루어진 초유기체로 탄생하며 인간과 상호의존한다는 게 켈리의 전망이다. /청림출판
    예를 들어보자. 되어가기(Becoming). 우리는 흔히 장년과 청년 세대 사이에는 디지털 디바이드(divide)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격차. 하지만 같은 청년끼리도 격차는 존재한다. 디지털 세상을 거부하고 아날로그의 성채에서 고립을 자청하는 개인을 발견하기도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 모든 아날로그의 미덕과 현존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새로운 무언가로) 바뀌어가는 흐름 자체는 피할 수 없다. 얼리 어댑터 청년 세대는 즐거울까. 천만에. 이 새로운 세계에서는 누구나, 그리고 언제나 '새내기'다. 앞으로 30년 동안 우리 삶을 지배할 새로운 기술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새로 나올 그 기술 앞에서 예외 없이 초심자가 될 수밖에 없다.

    흐르다(Flowing)로 넘어가 보자. 전에는 달마다 봉급을 받았다. 전화 요금 고지서도 30일마다 나왔고 신문은 뉴스를 쌓아뒀다가 그다음 날 아침에 내보냈다. 주지하다시피, 이제는 그렇지 않다. 매 순간 은행 계좌 변동 사항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바로 답장을 기다리며, 의료 진단 결과도 즉시 확인해야 직성이 풀린다. 모든 것이 흘러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 활동과 기반 시설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유동화의 가속 페달을 밟게 될 것이다.

    켈리는 이런 식으로 12가지 흐름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새해 벽두부터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AI(인공지능)를 언급해보자. AI에 관해서는 낙관과 비관이 교차한다. 부정적 전망은 이런 거다. 어느 순간 신과 같은 지혜로 기존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만큼 영리해지고, 인류는 저만치 뒤처질 거라는. 일부 학자는 이런 의미에서 AI를 마지막 발명품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켈리는 이 디스토피아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주장한다. AI는 우리를 노예로 삼을 만큼 영리해지지는 않고, 대신 인간과 복잡한 상호의존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

    다행히도 켈리는 낙관주의자, 긍정주의자다. 어쩌면 이 책의 궁극적 미덕은 밝고 긍정적인 미래 전망일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 우리 모두는 '끝없는 새내기'다. 한 번 뒤처졌다고 해서 계속 뒤진다는 법은 없다. 최신 스마트폰 앱이라고 해도, 평균 수명은 30일에 불과한 세상. 폴란드 출신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지금의 세계를 '액체근대'로 정의한 바 있다. 고체가 아닌 유동하는 액체. 역사상 최초로, 인간은 변화 그 자체를 인간 삶의 영구적 조건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 초불확실성의 시대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새로운 무언가가 되어가고 있으며, 인류 역사를 통틀어 지금 이 순간보다 시작하기에 더 좋은 때는 없었다는 게 켈리의 주장이다. 당신 역시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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