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위 포식자 사자도, 검은꼬리누를 모조리 먹진 않는다

    입력 : 2017.01.06 23:41

    생물학자 캐럴 위스콘신大 교수
    균형·조절의 '세렝게티 법칙' 命名… 초원·바다·박테리아 등 모두 적용

    인류만 자원 남용… 법칙 파괴 중 "전 지구를 위기에 빠트리고 있어"

    '세렝게티 법칙'
    세렝게티 법칙|션 B. 캐럴 지음|조은영 옮김|곰출판|352쪽|1만8000원

    인구가 30억이었던 1960년, 인간은 그해 지구 자원의 70%를 사용했다. 1980년대 100%를 달성하더니 현재는 150%를 쓰고 있다. 후대 세대가 쓸 미래 자원을 당겨 쓰는 셈. 진화생물학자인 위스콘신대학 션 B. 캐럴 교수는 이 책에서 우리가 사는 광활한 지구 생태계를 가로지르는 하나의 보편적 법칙이 있다는 논리를 편다. 그가 명명한 '세렝게티 법칙'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류는 세렝게티 법칙을 무너트리고 전 지구를 위기에 빠트리고 있다.

    이 법칙의 골자는 균형과 조절이다. 생물 시간에 배우는 '항상성(恒常性)'과 비슷한 개념이다. 정상 체온인 36~37.5도 사이를 유지하기 위해 더우면 땀을 흘리고 추우면 몸을 떨어 열을 내는 것이 인간의 항상성인데, 생태계도 비슷한 방식으로 개체 수를 유지한다. 세렝게티 평원에는 육식동물과 초식동물, 식물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역병이 돌며 초식동물인 검은꼬리누(gnu·소과의 포유류)가 급감한다고 가정해보자. 포식자인 사자와 하이에나는 먹이가 사라지면서 수가 줄어든다. 역병이 사라지자 포식자가 줄어든 틈을 타 검은꼬리누는 급격히 늘어난다. 그러나 이들도 한정된 풀 때문에 30%가 굶어 죽고 만다. 새로운 지점에서 균형점이 탄생한다. 늘 특정한 수준을 유지하려는 인체의 항상성과는 이 부분에서 차이가 난다. 균형을 이루는 것은 같지만 다층적인 먹이사슬에 따라 균형점이 계속 변화한다는 차이가 있다.

    70종 이상의 포유류와 500종 이상의 조류가 살고 있는 세렝게티는 법칙을 규명하기 가장 좋은 지역. 그는 세렝게티 초원에서 동물 개체 수가 어떻게 조절되는지를 밝힌 이른바 '세렝게티 법칙'이 해양·호수에서도 똑같이 적용 가능하며 더 나아가 인류도 이 법칙 아래에 있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외부적 교란 요인으로 세렝게티 법칙이 힘을 잃을 때. 인간의 균형 기능이 무너져 멀쩡한 세포가 암세포로 변해 증식하고, 강(江)의 녹조 현상이 생태계의 조절 기능을 마비시키는 경우와 같다. 저자는 더 크게 보면 지구가 조절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이 너무 많은 자원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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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은 포유류 70여종, 조류 500여종이 사는 생태학의 보고. '세렝게티 법칙'은 생태계의 '조절'이 검은꼬리누와 사자는 물론 인간에게도 적용된다고 주장한다. /Getty Images Bank
    저자는 암·치매를 정복하는 것보다도 인간이 지구의'세렝게티 법칙'을 파괴하고 조절 불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걸 멈추는 게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세렝게티 법칙으로 옐로스톤, 고롱고사 같은 특정 지역에서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은 일차적인 목표. 궁극적 목표는 인류와 지구다. 저자의 결론은 그동안 들어온 환경보호 단체의 구호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책에 실린 사례와 과학 지식이 익숙했던 구호에 설득력과 구체성을 불어넣는다.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게 되었지만 정작 우리 자신은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캐럴은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자연의 복구 능력은 상상 이상이라는 것. 세렝게티 남쪽 1500㎞ 지점에 있는 모잠비크 '고롱고사 국립공원'이 실례다. 1977년대 모잠비크에서 내전이 발발하며 과거 1만4000마리에 달했던 아프리카물소, 먹이사슬 꼭대기에 있던 사자 500마리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100만명이 넘는 사람이 숨졌는데 동물이라고 다를 리 있을까. 먹이사슬의 모든 개별고리는 끊어진 채로 방치됐다. 하지만 2006년 복원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10년이 지난 현재 고롱고사에는 19종·7만마리의 포유류가 살게 됐다. 아직 기회는 있다는 뜻.

    생물학과 생태학이 펼치는 '2인3각'이 이 책만의 매력이다. 저자는 '항상성' '이중부정의 논리' 같은 생물학 개념으로 세렝게티 개체 수 변화, 미국 이리 호수 녹조, 동남아 벼멸구 창궐 현상을 해석한다. 이런 생물학 개념 발견과 생태학 현장조사를 위해 오지와 사지로 뛰어들었던 학자들의 삶도 함께 소개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레지스탕스 사령관으로 복무하며 효소 조절의 수수께끼를 풀어 노벨상을 탄 자크 모노, 외딴 해변에서 바위 표면에 달라붙은 불가사리와 성게를 잡으며 평생 먹이사슬을 연구한 동물학자 로버트 페인, 그리고 잘나가던 사업을 때려치우고 고롱고사 국립공원 재건에 나선 사업가 그레그 카가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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